제주 바다가 날로 푸르러지고 있다. 유채꽃 등 화려했던 봄꽃이 지는 봄의 끝자락에 다다른 지금, 제주 바다는 눈부시게 투명한 에메랄드빛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해변가의 파래, 톳, 우뭇가사리 등 해초들의 몸빛도 그 어느 때보다 신선하다. 6월의 햇볓이 밀려들 때쯤에는 남국의 어느 해변 못지 않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 틀림없다.
제주도는 최근 `사스(SARSㆍ급성호흡기장애증후군) 해방구`로 불리며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는 전국 어느 해안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가장 맑고 깨끗한 물빛과 함께 태평양으로 향하는 탁 트인 조망을 선사한다. 성산봉에서 바라보는 우도나 협재 해변에서 보는 비양도의 선명한 모습도 그렇지만 서귀포나 산방산 해안에서 바라보는 남쪽 해안은 가물가물 보이는 마라도, 가파도 만큼이나 관광객들을 몽환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최근 사스로 인해 해외 여행을 꺼리는 신혼 부부등 내국인 관광객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는 제주는 `국내 제1의 관광지`라는 명성이 결코 손색이 없다. 약 200KM에 달하는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이국적인 바닷가 풍광은 물론, 5ㆍ16도로 등 남북을 잇는 4개의 횡단도로 곳곳에 서 잇는 기기묘묘한 오름과 초원은 제주도가 보여주는 천혜의 자연자원이다. 서귀포 인근에 십여년전부터 건설되고 있는 중문단지도 최근 컨벤션센터, 천제연 구름다리 등 인프라가 속속 들어서면서 말끔히 새단장됐다. 여기저기에선 아직도 `동북아 관광중심`을 향한 숙박 및 관광인프라 건설의 망치소리가 요란하다.
제주는 역사적인 유물이나 유적들도 풍부하다. 북제주에 있는 항파두리 등 대몽항쟁 유적지와 삼성혈, 관덕정, 민속자연사박물관 등도 한번 둘러볼만 하지만 남제주의 추사적거지는 근대사의 슬픈 추억을 안고 있어 찾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조선말 대학자인 김정희가 1840부터 1848년까지 9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이 곳은 그는 제자에게 그 유명한 `세한도`를 그려 준 곳이다. 스스로를 `모진 풍상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노송`에 비유한 그도 멀리 동지나해 너머 서세동점의 서구 열강들이 터뜨리는 아편전쟁의 포성소리를 들었을까.
제주가 고향이다는 한 여행객은 “제주는 제주다와야 한다”며 “더 이상 인구가 유입되거나 관광인프라가 집중될 때 자연과 인간, 생활과 역사가 조화를 이룬 본래 제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여행메모
제주도에 도착하면 우선 차를 한대 빌리자. 공항 출구쪽으로 나오면 금호, 에이비스 그린 등 5~6개 렌트카 업체들이 하루 7만~20만원이면 신형 승용차를 빌려준다. 여러 판촉 프로그램을 통해 20~50%를 할인해 주기도 하며, 자차 손해보험을 제외한 대인ㆍ대물등의 차량보험을 들어준다.
그리고는 관광지도를 하나 구해서 굵직하게 표시된 간선도로를 따라 맘껏 달리다가 볼만한 관광지가 나오면 주변 풍광을 죽 둘러보며 쉰다. 오가는 차량의 30~40%가 렌터카일 정도로 자동차 여행은 이제 제주도 여행의 주요 수단이 됐다. 배가 고프면 주변 식당에서 이색적인 향토음식도 즐겨보자.
뭐니뭐니해도 해안가 일주도로가 장관이다. 쉬지 않고 돌면 4~5시간이면 충분하겠지만 이곳저곳 들르다 보면 하루 일정으론 부족하다. 남제주에 있는 서귀포쯤에 숙박을 사전 예약해 놓았으면 1박2일의 여행일정이 가능하다. 제2횡단도로를 타다 제주시 어름에 있는 도깨비도로에서 역경사를 시험하는 일은 여전히 즐겁다. 중문단지엔 신라호텔, 롯데호텔, KAL호텔 등 특급호텔이 즐비하지만 북서부 해안에 있는 하일라콘도, 스위스콘도 등 콘도미니엄도 이용할 수 있다. 한화리조트도 올 10월 개관을 서두르고 있다. 성산포와 서귀포에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바닷속 비경을 관람할 수 있는 해저 잠수함 관광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예약 문의> 대한항공 02-656-2001/1588-2001 금호렌트카 02-797-8000/1588-1230 신라호텔 064-735-5501 KAL호텔 064-724-2001 대국해저관광 064-732-6060 제주씨월드 064-784-2333
<제주=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