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7월 28일] 사라지는 단독주택

지금은 자리를 옮겼지만 서울 역삼동 국기원 옆에 자리잡고 있던 강남시립도서관은 지난 1980년대 당시 공부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던 학생들에게는 인기가 높은 장소였다. 구릉지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어 아래로 펼쳐진 단독주택가의 풍경도 좋아 젊은 남녀들에게 좋은 데이트 장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단독주택가로 꼽혔던 옛 모습은 사라지고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를 연립과 다세대, 다가구주택, 상가 건물들이 대신하게 됐다.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서울시내에서 단독주택에 산다는 것은 단지 희망사항이다. 웬만한 외곽지역도 3.3㎡당 1,000만원을 훌쩍 넘는 땅값도 땅값이지만 여간 발품을 팔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단독주택가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전체 주택 224만2,000가구 중 단독주택은 44만7,800여가구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121만7,300여가구가 아파트이고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까지 합치면 공동주택의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44만여가구의 단독주택 중 순수한 단독주택은 얼마나 될까. 다가구주택 역시 법적으로는 단독주택에 해당하니 이를 제외하고 나면 조그만 마당이라도 딸린 단독주택을 찾는 것은 보물찾기에 가깝다. 서울시내 단독주택이 자취를 감춘 것은 부족한 주택 문제 해소를 위해 토지이용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아파트와 다세대ㆍ다가구 등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당장 주택보급률만 늘리고 보자는 정부와 지자체의 근시안적 정책도 크게 한몫했다. 대표적인 것이 1990년 도입된 ‘다가구주택’이다. 법적으로는 분명 단독주택이지만 집 한 채 들어서 있던 공간이 10가구 안팎이 모여사는 집으로 탈바꿈하다 보니 주차난ㆍ슬럼화 등 온갖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물론 다가구주택이 당시 주택난을 해소하는 데는 지대한 공을 세웠지만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은 도시계획에 가장 큰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계획이 잇따르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단독주택마저 씨가 마르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단독주택의 지분 쪼개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서울의 단독주택가를 ‘북촌 한옥마을’처럼 보존의 대상이나 관광지로 삼아야 할 때가 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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