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 화폐개혁을 지켜보자(사설)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내년 1월1일부터 현재의 루블화가치를 1천배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화폐 1루블은 지금의 1천루블과 같은 가치를 갖게 된다. 소위 화폐단위의 평가절하(Denomination)다.러시아는 또한 현재 사용중인 루블화를 신권화폐와 함께 1년간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남은 루블화는 오는 2002년까지 은행에서 교환해야 한다. 이번 화폐개혁은 지난 61년 이래 36년만이다. 러시아가 이번에 화폐개혁을 단행한데는 한마디로 루블화의 권위를 되찾겠다는 뜻이 숨겨져 있다. 지난 92년 구소련체제 몰락 후 시장경제를 도입한 러시아는 그동안 살인적인 물가고에 시달려왔다. 93년에는 인플레이션이 2천5백%가 넘었으며 매년 1백%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당했다. 지난해에는 22%로 크게 떨어져 어느 정도 안정세를 유지했다. 올해는 예상치가 12%대다. 95·96년 연속해서 무역수지가 2백억달러의 흑자를 낸데다 중앙은행의 통화긴축정책이 효과를 거둔 때문이다. 구소련시절 달러대 루블의 환율은 거의 1대1이었다. 요즘은 1대5천8백이다. 시중에서는 1천루블짜리 지폐가 화폐의 기본단위다. 승용차 한대값이 1억루블이니 루블화는 사실상 통화수단으로서의 제기능을 잃은 셈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올 초 50만루블짜리 지폐를 발행한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통화가치가 그만큼 폭락한 것이다. 러시아인들이 재산 보유의 수단으로서 달러를 선호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국민들의 이같은 루블화 기피를 러시아로서는 참을 수 없었을는지 모른다. 또 국민들의 의식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러시아 경제는 미국의 예속하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있었을 것이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이번 통화개혁을 유예기간을 두고 실시한 것은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대외적으로는 서방선진국회의(G7)에 가입, 이제는 「G8」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신을 과시하겠다는 뜻으로도 분석된다. 이번 러시아의 화폐개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일단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러시아 교역은 지난96년 수출 19억6천8백만달러, 수입 18억1천만달러로 1억5천8백만달러의 흑자다. 올 상반기 중에도 7천5백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투자사들의 러시아 국채 투자규모는 6억6천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리의 북방진출 기지다. 진출해 있는 기업들도 많다. 건설붐이 한창인 러시아는 우리 건설업체들의 타깃이기도 하다. 환태평양 국가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가 화폐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을때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적지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화폐개혁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는 것도 이같은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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