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2일] MB의 '노무현 따라하기'

대통령이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띠고 4대 그룹 총수를 맞는다. 이건희 삼성, 정몽구 현대·기아차, 구본무 LG, 최태원 SK 회장과 차례로 악수를 나눈다. 그리곤 다같이 '상생'을 주제로 회의를 시작한다. 조만간 열릴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 모습이냐고? 아니다. 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했던 마지막 '대·중소기업 상생회의' 장면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이념으로 보면 '바보 노무현' 의 대척점 정도에 서 있던 이 대통령이 어느새 '노무현 따라하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대통령 바로 옆에 검찰ㆍ국세청ㆍ공정거래위원회 등 시퍼런 권력기관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다는 것일 게다. 여하튼 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은 '친서민'을 위해 대기업쯤은 '상생 머슴' 정도로 부릴 작정인 듯하다. '주인보다 마름이 더 한다'고 여당 국회의원들과 장관들은 한술 더 떠 서민을 위해서는 관치경제를 해야 한다고 큰소리를 치거나 대기업들의 최대 실적이 무슨 대역죄인양 "서글프다" 고 몰아붙였다. 간단히 말해 "대기업 너 돈 많이 벌었으니 네 돈 좀 같이 쓰면 안 되겠니"다. 이쯤 되면 우리 대통령이 이명박인지, 노무현인지 헷갈려진다. 2년반 전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참여정부 5년 동안 많이 참았다는 듯 '기업 프렌들리'를 전면에 내걸고 전봇대를 당장 뽑으라고 일성을 날렸다. 이어 '재계의 본산'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윤호 상근 부회장을 지식경제부 장관에 앉혔다. 그뿐이랴. 재계의 숙원이던 총액출자 규제도 풀었다. 이후 현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성과도 거두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도 유치했다. 잘나가던 이 대통령이 '노무현'과 다시 만나게 된 사건은 바로 6ㆍ2 지방선거였다. 노무현 부하들의 부활을 보며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게 된 것이라면 과언일까. 빈민구제ㆍ고용확대 다 좋고 필요하다. 그런데 말이다, 왜 하필이면 대기업이 희생양이 돼야 하는 지 묻고 싶다. 기업이 없다면 경제성장도, 일자리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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