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에 다시 금융혁신 바람

규제 강화로 민간 대출 위축되자<br>"새 시스템 통해 활성화를" 목청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관저에 금융감독청(FCA)의 존 그리피스 존스 청장을 비롯해 재무부ㆍ무역산업부 대표단과 재계ㆍ금융권 고위관계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금융혁신(Financial Innovation)'을 다시 활성화시킬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모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큰 흐름인 신용부도스와프(CDS), 주택담보부증권(MBS) 등 이른바 혁신적인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강화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유럽 금융계에서 금융혁신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질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형 보험사 L&G와 프루덴셜생명 등 보험사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인프라 및 부동산 건설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다수의 비은행 금융기관들도 최소 16억파운드를 중소기업 및 가계에 직접 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뿐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각국도 긴급 회의를 개최해 불씨가 살아나고 있는 역내 경제회복세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상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혁신이 다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계에서 금융혁신은 더 이상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금기 사안'이었다. 1994년 미국의 JP모건이 만든 CDS와 이후 만들어진 MBS가 금융사의 실적을 올려주고 경제성장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호평을 한때 받기도 했으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촉발해 경제 전체를 도미노처럼 쓰러뜨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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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볼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금융혁신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탄생시킨 것 외에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전 영국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아다르 터너도 "금융혁신이 지난 30년간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각국 금융규제 당국이 2008년 이후 깐깐한 은행권 규제 잣대를 들이대면서 은행의 민간대출이 크게 위축되자 새로운 금융혁신이 다시 나와 실물경제 회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7월 유로존 내 은행의 민간대출 증가율은 1년 전에 비해 1.9% 감소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한창인 2010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영국 역시 이 지수가 0.5%로 유로존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WSJ는 이 같은 금융혁신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 성과를 내놓고 전세계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모두가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는 대중의 요구를 수용해 이를 추진할 수는 있으나 규제 당국은 여전히 금융혁신을 '경제성장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탓이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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