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 반(反)기업정서가 팽배하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나 기업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니 새삼 걱정이 크다. 아직 파이를 나누기 보다는 키우는 데 신경을 더 써야 하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그런데도 반기업정서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니 국내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 같다.
대한상공회의소는 7일 다국적 종합컨설팅사인 엑센츄어가 세계 22개국(사회주의국가 제외)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지난 2001년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의 CEO 가운데 70%가 "국민이 기업인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조사대상 22개국중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인들이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물어본 것이기 때문에 `엄살`이 섞여 다소 과장되었을 수도 있지만 올들어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러 조사를 봐도 반기업정서가 얼마나 팽배해 있는 가를 알 수 있다. 한ㆍ중ㆍ일 3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관ㆍ시장관 비교조사` 결과 우리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반감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더 심하다는 발표도 있었다.
대한상의는 반기업정서가 확산된 이유로
▲외환위기 책임의 기업전가
▲처벌 위주의 기업정책
▲교과서의 기업역할 왜곡 등을 들었다. 하지만 과연 이것 뿐일까. 상의는 이에 앞서 지난 달에 행한 한 언론과의 공동조사에서 족벌ㆍ문어발ㆍ탈세ㆍ정경유착 등으로 표현되는 경영비리를 반기업정서의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자명하다. 비리의 고리를 끊고 투명ㆍ윤리경영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것은 기업과 정부ㆍ정치권 양 측이 공동으로 실천해야만 가능하다. 특히 기업과 기업인들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점에서 미국의 `책임있는 부자(Responsible Wealth)`라는 단체를 표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의 아버지인 빌 게이츠 1세 등이 회원으로 있는 이 단체는 지난해 5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하고, 또 공평 과세, 최저임금 인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축소 등도 주장하고 있다. 또 빌 게이츠 회장은 재산의 60%를 에이즈 퇴치사업에 내놓는 등 1998년부터 5년간 무려 28조원 가량을 사회에 환원했다.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도 점차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익의 10%를 꼬박꼬박 자선과 공익에 사용하고 있는 기업도 있고, 전경련에서도 `1% 클럽`을 만들어 기업 수익의 사회 환원과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때마침 전경련이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기 위한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실천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