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은 침묵…"유럽인 지지획득 실패"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0일 런던 총리공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굳건히 연대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터키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테러를 맹비난했다.
이스탄불 테러는 양국 정상회담 직전 발생했으며, 양국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테러에 대한 강경 대처 원칙을 거듭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이스탄불 테러가 테러리스트들의 마지막 발악이 될 것"이라며 "이번 테러가 이라크에서의 미국과 영국의 행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번 테러는 다시 한번 우리 생활에 끼치는 테러의 악을 상기시켜 주었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희생들을 애도하면서 "테러리스트들의 본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미 CNN은 "부시 대통령의 행렬이 화환 증정식을 위해 웨스터민스터 사원으로 향하고 있을 때 이스탄불 거리에 흩어진 시신과 파편을 담은 첫 장면이 TV 화면을 채웠다"며 "이스탄불에서 터진 폭발음은 부시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부시가 블레어 총리와 나란히 하고 있을 때 영국 시설에 테러가 가해진 타이밍에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파리의 안보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인용, "많은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영국과 미국의 특별한 관계를 떠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19일 런던 시내 화이트홀 궁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옹호하면서 유럽 국가들에게 중동의 민주주의 정착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의 연설에 대한 침묵은 그가 유럽인들에게서 지지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영국의 시위대와 그를 `카우보이식`일방주의자라고 비난해온 유럽인들을 의식한 듯 "힘으로 지배되는 혼돈의 세계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절제된 힘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선제공격론`을 옹호했다. 모든 수단이 실패할 때 폭력적인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지도자의 의무라는 논리도 전개했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국제협력 ▲마지막 수단으로서의 무력사용 필요성 ▲민주주의 가치의 세계적 확산은 부시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제시한 3가지 축이다.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가장 먼저 거론,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려 한 흔적이 보인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주변국과의 협력, 이란 핵 문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강화 필요성을 적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는 "세계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결의를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유엔의 현재 역할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효과적인 다원주의의 중요성을 인정, 세계질서 구축에 유럽의 협력을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결국 청중에게 들려준 것은 미 외교정책의 우선 순위와 자신의 철학적 뿌리에 대한 흔들림 없는 방어였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