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색깔' 드러낸 김근태 의장

개혁기조에 실용성 가미

정책기조를 놓고 흐릿하기만 하던 열린우리당김근태(金槿泰) 의장의 `색깔'이 드러나고 있다. 취임 이후 극도로 말을 아껴온 김 의장이 지난 주말 주요 언론과의 연쇄 인터뷰형식을 빌려 `작심한 듯' 자신의 견해와 구상을 밝힌 것이다. 물론 여전히 명쾌하지 못하다는 당 주변의 평가가 많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정책현안을 일정정도 `교통정리'해준 측면이 커 보인다. 이 때문에 김 의장의 적극적 언론접촉은 정책노선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요소를사전 제어하고 자신의 대외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언론에 소개된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김 의장의 정책노선은 개혁주의에 뿌리를 두고 실용주의를 가미하는 성격이 강하다. 부동산 정책과 사학법 재개정,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서는 개혁진영과보조를 맞추면서도, 경제정책 운용에서는 보수론자들이 주창해온 성장 우선론의 뼈대를 채용하고 있고 친(親) 기업적 성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김 의장의 측근은 "우향우다, 좌향좌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며 "어려운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종의 정책조합(Policy Mix)"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의 이 같은 입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동문 기업인이나 학자, 재계인사들과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당 주변에서는 김 의장의 이런 스탠스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측도 있다. 개혁성향의 재야파 리더로서의 입장, `경기 띄우기'를 통한 당 지지도 회복의 절박성,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관계유지 필요성 등을 절충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개혁입법은 `기조유지', 한미FTA는 `신중론' =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핵심 개혁과제인 부동산 정책과 사학법 개정에서 현행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게 김 의장의 생각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경우 당내에서 제기돼온 `보유세 완화론'에 확실한 쐐기를박았다. 선거과정에서 일부 민원이 제기되고 있지만 종합부동산세 제도에서 잘못 `물꼬'를 터줄 경우 정책의 `둑'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게 김 의장의 판단이다. 여기에는 청와대와의 `조율'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의장은 취임 이후 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데 이어, 광주에서 열린 6.15 공동행사장에서도 잠시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개혁입법으로 분류되는 사학법 문제도 `시행후 재개정 검토'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나라당의 재개정 요구를 진지하게 검토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외개방 정책인 한미 FTA 추진에서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김 의장은"미국이 정한 시한(내년 6월)에 우리가 구속돼선 안된다"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협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을 앞둔 당.정간의 `계산된 엇박자'라는 관측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김 의장의 강한 반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식 케인즈' 주창.미국식 신자유주의 비판 = 김 의장의 경제정책 기조는`케인즈식 성장론'과 `미국식 신자유주의 반대'를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김 의장은 무엇보다도 기존 성장우선론의 연장선상에서 재정확대를 통해 경기부양 정책을 폈던 경제학자 존 케인즈 이론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김 의장은 "우리나라는 자본도, 돈도, 노동력도 있다"며 "이를 정책적으로 잘조합해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할 제2의 케인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시에 세계화와 무한경쟁을 골격으로 한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강도높게비판하고 있다. 김 의장은 "낮은 투자, 저성장, 저고용의 악순환을 발생시키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이 현 경제정책 라인을 장악한 관료들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물든 `모피아(옛 재무부와 재경부 출신 관료)' 출신들이 경제정책을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정부에 전문가 역량이 부족하고 대통령 주변의 보고라인에 포진한 모피아들이 매개역할을 잘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은 과거 연기금 동원을 골자로 한 `한국형 뉴딜' 정책을 놓고 경제수석 부처인 재경부와 갈등을 빚었던 구원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의장의 이런 입장은 연기금을 동원한 국내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주장하는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노대통령과는 `적절한 거리두기' = 일단 당.정.청이 한몸으로 정책기조에서호흡을 맞춰나가야 하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인정하면서 "견제할 것은 견제한다"는게김 의장의 구상이다. 김 의장이 "노대통령의 탈당은 정치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안된다"고 지적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역사적 평가를 잘 받겠다는 것은 맞는 것이지만 그것은 독선으로흐르거나 (독선을) 잉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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