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교육 과소비의 허실

강동호 <사회부 차장>

교육 소비와 삶의 질과는 비례 관계가 있을까. 상식적으로는 그럴 것 같지만 우리의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세계적으로 높은 교육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과 자살, 이에 따른 도피성 해외유학과 이민으로 교육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한국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의 8.2%(지난 2001년기준)를 교육비로 지출, 미국(7.3%)이나 일본(4.6%)을 훨씬 앞서고 있다. 전체 교육비 중 민간의 사부담률 역시 GDP 대비 3.4%로 미국(2.3%), 일본(1.2%)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과다한 지출이 결국 민간 부담률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다한 사교육비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투자’일 수 있지만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는 ‘보상받지 못하는’ 소비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구조가 그 만한 교육비 지출을 모두 ‘효용’으로 보상해줄 만큼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깨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교육 소비는 개개인의 생활수준을 악화시키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이제 교육에 대한 지출 규모를 줄여서 ‘효용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의 제약조건인 경제 규모와 구조가 당분간 주어진 것이라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효용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국민들의 교육 과소비를 부추기는 듯한 정책을 그만둬야 한다. 지금도 연간 4조원의 교육세가 걷히고 있는 판에 전체 교육예산 20%, 대학교육 재정 GDP의 1% 달성 등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정치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교육예산을 늘리더라도 지금과 같은 국민들의 선호체계 안에서는 국민들의 사교육비 지출을 대체할 수 없다. 차라리 국민들이 교육비 지출을 줄이거나 다른 지출로 전환해 개개인의 삶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해주는 게 나을 성싶다. 그렇게 되면 교육 전체에서 차지하는 공교육비의 비중도 높아져 결과적으로 ‘교육의 공공성’도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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