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결제문화 너무나 신기해요. 아직 유럽에서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영국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이탈리아인 줄리아(29)씨는 지난해말 서울의 한 대학에서 1년간의 교환학생 코스를 밟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신기한 광경을 봤다.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티켓을 끊지 않고 개찰구에 지갑만을 갖다 대고 들어간다든지, 휴대폰으로 음식값을 내고, 이메일을 통해 돈을 송금하는 등 아직 서유럽에서는 보편화 되지 않은 여러 선진 결제기술들을 경험한 것이다.
줄리아씨는 “학교에서 배운 한국관련 지식은 6.25전쟁과 일제시대, 70~80년대의 경제개발 등에 그쳤다”며 “2000년대의 정보통신 기술 발전이 한국을 알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은 각종 첨단 결제기술의 전시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개발되고있는 모든 결제기술들은 가장 먼저 한국에서 적용되고 상업성을 테스트 받는다. 한국이 인터넷 보급률이나 이용율, 그리고 신용카드 활용도 등에서 세계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강 IT인프라, 결제혁명의 견인차=한국이 세계최고의 IT(정보기술)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사실이다. IT전도사로 불리는 크레이그 배럿(Craig R. Barrett) 인텔사장(CEO?4)조차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세계최고 수준으로 각종 기술을 적용하고 시험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발달된 IT인프라는 한국이 전세계의 결제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IT인프라 가운데에서도 한국이 결제혁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장 큰요인은 바로 전국 구석구석 보급돼 있는 초고속 통신망 때문이다. 지난 2002년말 현재 인구 100명당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는 우리나라가 19.1명으로 2위인 캐나다의 10.2명과 비교해도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또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수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2002년 인구 1000명당 인터넷 이용자 수는 552명으로 스웨덴의 573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같이 발달된 초고속 통신망과 광범위한 인터넷 이용자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각종 실험적 전자상거래 방법을 도입하고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각종 국가정보화 지수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무선통신 발전의 지표가 되는 이동전화 가입자수에서 우리나라는 인구 100인당 65명으로 세계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종합적인 정보화 수준을 나타내는 컴퓨터 보급대수에서도 인구 100명당 PC보급율이 56대로 세계 7위 수준이다. 그러나 컴퓨터 교체주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실질적인 컴퓨터 이용률은 더욱 높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는 PC방이 도처에 깔려 있어 컴퓨터 접근성이 가장 확실한 나라로 꼽힌다.
◇한국, 첨단 결제 기술의 시험장=우리나라는 전자결제에 관한한 `세계최초`라는 수식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 지난 97년 세계최초로 부산지역에서 교통카드가 이용되기 시작했고, 모바일 결제도 SK텔레콤과 KTF가 지난해 세계최초로 상용화 시켜 현재 활발하게 운영중이다. 특히 교통카드의 경우 현재까지 약 2,000만장의 후불제 교통카드가 발급돼 우리나라가 전자결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최근 교통카드 호환기술인 `표준 SAM`이 개발되면서 한 장의 카드로 전국의 교통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길도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 증권거래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64.3%에 이르러 미국(20%), 일본(8%), 영국(5%) 등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정부가 정책적으로 IC카드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의료분야에까지 IC카드가 이용되기 시작했다. 서울대학병원은 지난 5월부터 조흥은행과 함께 진료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헬스원`카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카드에는 환자의 개인정보 뿐 아니라 처방 및 조제정보 등을 저장할 수 있고 마지막 병원비 납부와 같은 결제 기능까지 함께 가지고 있다.
조영휴 전자지불포럼 사무국장은 “한국은 결제 기술의 상용화 측면에서도 세계최고 수준에 있다”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기술적으로 앞서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