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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의학 국제표준 제정으로 세계화 전기 마련"

최승훈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사무처 고문


최승훈 "한의학 국제표준 제정으로 세계화 전기 마련" 최승훈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사무처 고문 임웅재 기자 jaelim@sed.co.kr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사무처(WHO WPRO). 다소 낯선 기구이지만 한의학 용어와 침구경혈부위(침 놓는 자리) 등에 대한 국제표준을 잇따라 제정해 주목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과에 대해 한국ㆍ중국ㆍ일본이 ‘한의학 분야의 삼국통일’을 이뤘다거나 동양 전통의학의 세계화ㆍ과학화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WHO WPRO가 이 같은 성과를 거두기까지 각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애를 썼지만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최승훈(50ㆍ사진) 고문을 ‘일등공신’으로 내세우는 데 이견이 없다. 한ㆍ중ㆍ일 세 나라가 저마다 ‘한의학의 본산’ ‘임상 분야에서는 우리가 최고’임을 내세우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파국 위기로 치달을 때마다 대표들을 토닥이며 이견을 조율한 그의 끈기와 수완이 없었다면 표준화 작업이 중도에 좌초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우리 정부의 지원사격도 큰 도움이 됐다. 경희대 한의대(한방병리학) 교수인 그가 국제표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여년 전 이제마의 사상의학서 ‘동의수세보원’을 영문으로 번역하면서 참고할 만한 용어집ㆍ사전이 없어 무척 애를 먹은 뒤부터. 그러다가 지난 2003년 표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정부가 일본ㆍ중국에서 장기간 독과점해온 WHO WPRO 고문 자리에 그를 추천했다. 최 고문은 “대만ㆍ중국ㆍ미국 대학과 정부기관에서 교환교수 등으로 활동해 유엔 산하기구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국제적 인맥과 언어소통능력을 갖췄고 국제표준 마련에 큰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추천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은 일찌감치 정부기관(중약관리국)이 중심이 돼 한의학의 세계표준 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최 고문은 “동양 전통의학계는 나라마다 자존심이 강하고 국제적으로 표준화가 안돼 있는데다 세계화 경험도 부족했다. 그래서 보건의료 분야에서 높은 신뢰도를 가진 WHO가 국제표준화의 깃발을 들어야 표준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1차로 4,000여개에 이르는 한의학 용어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정해 지난해 표준집을 발간했고 올해에는 361개 침구경혈부위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정해 20일 서울에서도 표준집 출판기념행사를 가졌다. 최 고문은 “한ㆍ중ㆍ일 간에 361개 침구경혈부위 이름은 같지만 92개의 구체적인 위치가 달라 전문가들도 놀랐다. 중국 측은 한의학 원전에서의 위치를, 한국은 해부학적 개념을 도입하자고 주장해 11차례 회의 끝에 해부학적 개념을 도입하되 세부적으로는 한ㆍ중ㆍ일 삼국이 서로 주고받는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고문은 “한약재ㆍ질병진단 등과 관련한 국제표준 제정작업도 진행하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 중심의 국제표준이 속속 만들어짐에 따라 한의학의 세계화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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