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21세기 이끌 '늙은 주역'들

『21세기를 이끌어갈 주역은 청소년 여러분입니다』중고교 재학시절 귀가 따갑도록 듣던 구호다. 당시 청소년이 20~30대로 성장한 요즘도 「21세기를 이끌어갈 청소년」이란 구호는 되풀이되고 있다. 10년, 20년전과 변함없이 21세기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은 계속 자라고 있으니 일견 일리있는 표현이기도 한 것같다. 시간은 자꾸 흘러 아득하게만 느껴지던 2000년이 이제 겨우 260여일 남았을 뿐이다. 때마침 정부는 지난 12일 2000년대의 비젼을 제시하고 새 천년 맞이 사업계획을 세우기 위해 「새천년 준비위원회」라는 조직을 구성했다. 그런데 金대통령에게 위촉받은 준비위원 20명의 면면을 살펴보니 좀 의아한 구석이 눈에 띈다. 21세기의 비전을 펼치고 닦기 위해 위촉된 위원들의 나이는 놀랍게도 평균 60.5세다. 위원 명단에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21세기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듣고 믿고 자라온 30대 인사는 단 한명도 없다. 대표적인 젊은 세대라 할 20대는 말할 것도 없고, IMF위기이후 일부 직장에서 벌써 「명예퇴직」하는 세대가 되버린 40대도 겨우 2명 뿐이다.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는 50대 위원은 7명. 절반 이상은 60년 넘게 관록을 쌓은 「베테랑」 들이다. 무슨 위원장, 회장에서 총장, 원로작가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한가락」씩 하는 저명 인사다. 상당수는 지난 20세기 수십년간 영욕(塋辱)이 엇갈린 인물들이기도 하다. 물론 나이만이 절대적인 평가잣대가 될 수 없다. 이번에 위촉된 위원들은 모두 20세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21세기 비전을 제시할 능력을 갖췄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21세기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20세기의 선입관이 적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최소한의 참여 기회는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21세기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믿고살아온 세대들이 세기말을 며칠 앞둔 시점까지 「21세기로 끌려가는 조역」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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