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삼성과 사랑의 매(?)

며칠 전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밥을 먹다가 “시민단체가 경찰보다 더 무섭네”라고 불쑥 내뱉어 놀랐던 적이 있다. 아들놈 생각에는 삼성이 무척이나 센 줄 알았는데 시민단체가 문제 삼은 에버랜드 사건 때문에 삼성 관계자들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니 낯설게 보였던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민단체가 외롭게 법정 투쟁을 벌인 끝에 삼성에 불리한 판결을 받아냈으니 아들놈 얘기가 마냥 틀린 것만 아닐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감의 최대 성과로 삼성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끄집어낸 것을 꼽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이처럼 삼성을 겨냥한 문제 제기에 대해 삼성을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고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처방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국정 브리핑은 지난 11일 “일각에서 얘기하는 참여정부의 좌파적 반기업철학 때문이 아니다”며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재벌의 지배구조를 건강한 체질로 바꿔나갈 것을 주문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잘하라는 주마가편’이라거나 ‘삼성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고민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될성부른 나무를 한번 키워보자는 ‘사랑의 매’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사랑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사랑의 매로 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생들도 선생님의 회초리가 사랑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감정이 실린 것인지 금세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이해와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면 잠시 아프기는 해도 누구나 때리는 자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요즘 삼성이 느끼는 체감 강도는 사랑의 매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삼성 사람들을 만나보면 ‘일할 맛이 안 난다’거나 ‘차라리 이민 가고 싶다’고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비단 삼성뿐만 아니다. 기업인들 모두가 언제 자신에게도 불똥이 떨어질까 잔뜩 불안해 하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이제 매를 든 사람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비록 애정에서 출발했다고 강변하지만 맞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냉철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너무 심하게 채찍질을 하면 달리던 말이 아예 죽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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