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선심성 공사 걸러내 수십조 낭비 막는다

■ 재해예방 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br>수해·낙석 방지 빌미로 툭하면 하천준설·산 깎아<br>지역 건설업자 배만 불려


"물난리 막겠다는 뜻은 좋긴 한데 매년 동내 개천마다 준설한다고 난리를 치니 그 돈으로 동네 업자들만 먹여살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경기도 동두천시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툭하면 하천공사를 해대는 지방자치단체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이런 논란은 특정지역만의 이슈는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수해나 낙석 방지 등을 빌미로 하천 준설을 하거나 산 경사면을 깎는 등의 사업을 수시로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미 재해예방공사했던 지역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반복된다는 점. 이로 인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역 건설업자들 주머니만 채워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를 않았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예비타당성조사란 정부의 돈이 대규모로 들어가는 재정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정말 꼭 추진해야 하는 사업인지 따져보고 걸러내는 작업이다. 그간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의 기준을 꾸준히 개선하고 사각지대를 좁혀왔으나 앞선 사례처럼 선심성 논란을 사는 각종 토목건설사업들은 완전히 견제할 수 없었다. 관련 법상 면제규정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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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가재정법 시행령은 사업비 규모 등으로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인 사업이라 하더라도 일정 분야에 관련됐다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도록 하고 있다. 그 분야는 재해예방ㆍ복구, 시설 안정성, 공공청사 건축, 문화재 복원, 남북 교류사업, 국가 안보 및 보안 관련 국방사업 등으로 폭넓게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수시로 문제점이 지적돼왔고 기재부가 관련 법안을 이번 기회에 손질할지 저울질하게 된 것이다.

최재천 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2005년부터 올해까지 총 67조원대의 사업 113건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피해갔다. 연간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이를 지경이다. 이 중 상당액은 4대강 관련 5건의 프로젝트(총 12조5,000억원), 30대 선도 프로젝트사업 21건(총 21조5,000억원 규모) 등이 차지했다.

더구나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앞으로 정치권이나 지자체 등이 표심을 사기 위해 또다시 재해예방 등을 빌미로 방만하게 토목건설사업 등을 벌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공청사 건설 역시 언론 등을 통해 수차례 질타를 받았음에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조만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을 통해 관련 법안 보완을 논의할 방침이다. 민주당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아직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않았지만 별달리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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