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29일] 야채장수 아저씨의 한숨

[기자의 눈/8월 29일] 야채장수 아저씨의 한숨 김지영 생활산업부 기자 abc@sed.co.kr “자, 떴어요 떴어! 지나가는 아가씨 다리보다 더 섹시한 무가 떴~어요. 아기 피부보다 더 탱탱한 복숭아도 떴어요.” 대학가에 위치해 하숙집이 많은 기자의 동네에는 오전10시면 ‘떴다 아저씨’가 등장한다. 말 끝마다 ‘떴어’를 연발해 그렇게 불린다. 아저씨는 무ㆍ배추ㆍ사과ㆍ딸기, 때로는 고등어 등을 트럭 한가득 싣고 동네 곳곳을 다니며 파는 트럭 장수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멘트와 구수한 트로트까지 곁들이고 가격도 대형 마트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싼데다 집 앞까지 직접 찾아온다는 이점 때문에 하숙집 아줌마들 사이에서 인기다. 그런데 항상 유쾌하게만 보이던 그 아저씨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정부가 며칠 전 고물가를 잡는 해결책으로 농축산물 직거래장터 2,300여곳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나서부터다. 직거래장터로 아줌마들이 몰려가면 당장 장사가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생긴 것이다. 최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내놓은 유통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2개 주요 농축산물 유통과정을 분석한 결과 과일ㆍ채소ㆍ고기 값의 유통 마진이 평균 55.9%에 달한다. 예를 들어 무 한개가 100원이라면 농민에게 돌아가는 것은 44원이고 56원이 유통비용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이 같은 유통구조를 손대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세계화로 농업 시장에서도 개방의 물결로 농산물의 가격경쟁력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으니 더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잡한 유통구조는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하지만 무조건 유통구조 단순화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건 다름 아닌 수많은 영세 판매업자들이다. 유통 단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 단계별로 수많은 ‘떴다 아저씨’들이 생계를 걸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유통구조 개선 문제와 함께 판매업의 영세성을 지적한 바 있다. 가뜩이나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순간에 유통구조를 해결하려다 보면 수많은 영세민을 울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반드시 유통구조 개선과 함께 영세 판매업자들에 대한 지원 및 전업방안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한쪽에서만 보면 유통 비용이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그것은 일자리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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