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달라지는 기업문화/“실적만이 살길” 살풍경(대량감원시대)

◎상하­선후배간 온정 대신 “서로가 경쟁자”/비정규직 많아져 고용불안­인력이동 심화『국제통화기금(IMF)쇼크는 대량감원 외에 고용, 임금, 조직풍토 등 기업문화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성준 연구위원은 감원으로 야기될 문제를 이같이 진단하고 『달라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몸담고 있는 사람 모두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F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연간 3% 미만의 성장률과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기업들은 「문화쇼크」라는 관문을 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업 관계자들은 대량감원으로 당장 기업분위기가 크게 흔들리는 한편 ▲기업조직이 효율과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대부·대팀제로 바뀌고 ▲임금은 연봉제 등 철저한 능력중심으로 바뀌며 ▲고용형태는 정규직이 줄어들면서 기업문화에 큰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기업에 나타나는 현상은 사실상의 개점휴업. 과거 같으면 임원들만 신경쓰던 자신의 거취에 올해는 일반 관리직을 비롯 생산직까지 불안감속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업무는 사실상 마비상태다. 기업들은 총수가 나서거나 방송 등을 통해 『인위적 감원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임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관리직 인사가 추진되고 있는 H사의 한 간부는 『사실상의 태업상태』라며 최근 분위기를 설명했다. 초저성장 시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은 환경변화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조직구조를 단순화하고 의사결정단계를 줄이고 있다. 이에따라 부·과제는 팀제로 개편되고 팀의 수는 줄이는 추세다. 삼성그룹의 경우 조직을 30% 감축, 대부·대팀제로 조직개편 방침을 발표했고 현대, LG, 선경 등 대부분의 그룹들이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초부터 팀장을 맡았던 차장·부장·이사 등 간부와 임원들이 보직을 잃고 사원과 함께 팀원으로 일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며 조직개편을 단행한 기업에서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직장에서는 경력 20년이 넘는 고참과 신입사원이 같은 팀원이라는 똑같은 위치에서 업적을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결재를 하는 고참간부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고 이들도 영어공부 등으로 자신의 능력계발을 위해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살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와 같은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이나 상하관계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용패턴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들은 한푼이라도 인건비를 줄이고 유사시 해고와 채용을 쉽게하기 위해 비정규직 인력을 많이 쓰게되면서 고용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 경영측면에서는 감원과 채용이 반복돼 기업간 인력이동이 잦아지면서 기업비밀이 경쟁사로 유출되는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결국 재계는 21세기 무한경쟁에서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지적되는 임직원의 일체감 조성과 감원이라는 상반된 상황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업은 유연한 조직구조와 업적지향적 기업문화, 직장인들은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개인의 경쟁력의 극대화 등 두가지는 감량경영시대의 새로운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의 말이다.<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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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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