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선진국 경제는 침체된 반면 중국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 역시 달리는 호랑이, 중국의 등에 올라타고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한 모범국가가 됐지만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대 중국 수출의존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전체의 4분의1을 넘어 중국의 경제상황과 중국 정부 정책에 따라 우리의 수출실적이 좌우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내수시장이 큰 데다 성장속도도 빠르고, 한중 FTA협상까지 예고돼 있어 수출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최경환 장관과 박영준 2차관도 중국에 대한 수출 쏠림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수교 18년, 무역규모 30배 증가 수출은 전체의 4분의1= 1990년대 초반까지도 중국무역은 전체의 1%를 밑돌았다. 1992년 한중 수교를 맺은 후 63억 달러였던 무역규모가 올해 2,000억 달러 안팎으로 30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수출도 올 들어 지난 8월20일까지 716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 2,843억 달러의 25%를 넘어섰다. 금융위기를 벗어나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접어들면서 중국 수출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영준 지경부차관은 최근 "중국 무역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데,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비율이 급등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중국 수출은 나름대로 발전시키되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는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호성 수석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수출실적은 이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수출 급감에 대비해) 신흥국 등으로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 위한 투자는 급감= 중국 수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단순히 비중이 높아지는 양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수출품의 절반이 가공무역을 위한 수출용 원자재로 수익성과 성장성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의 무역의존도는 44.9%로 미국(18.3%)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외부충격에 견뎌내기 위해 내수시장을 키우는 정책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내수시장 공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중국 투자는 급감하는 추세다. 2007년 70억 달러로 꼭지점을 찍은 중국 투자는 올 들어 17억 달러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아졌다"며 "단순히 수출비중이 높아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소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디지털TV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3.7%에서 36.1%로 높아졌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대만업체에 밀려 12.2%에서 7.7%로 하락했다. ◇유망소비시장인 '잠자는 거인'국가와 다크호스ㆍ라틴왕국 공략해야= 중국의 대안시장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박 차관은 "중국의 국가리스크(쏠림현상)를 완충할 수 있는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결국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와 인도가 대안으로 아프리카는 전 세계 육지의 20%를 차지하면서 2억 명 정도가 우리나라 중산층 수준의 소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신흥 대형소비시장으로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ㆍ이집트ㆍ남아공ㆍ모로코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잠자는 거인으로 지칭했다. 이들 5개국은 인구 4억7,000만명의 큰 시장으로 당장은 소득이 낮지만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산업화에 대한 열망이 강해 한국 기업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3억1,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와 루마니아ㆍ폴란드ㆍ헝가리ㆍ카자흐스탄은 준 선진국으로 분류해 휴대폰과 TV 등 소비재 제품의 수출 가능성을 높게 봤다. 1억5,000만 명이 살고 있는 베트남과 태국도 아시아의 다크호스로 시장 다변화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곳으로 꼽았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수출이 한쪽 나라에 편중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중국에 대한 수출은 양보다 질적인 측면을 봐야 한다"며 "신흥시장 공략도 중저가 제품이 아닌 고부가가치 제품, 핵심 경쟁력을 갖춘 수출품이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