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차명거래 근절의지 퇴색/자금세탁방지법안 “허점투성이”

◎기록보존대상 현금거래 기준액 미정/당정 이견… 내달 임시국회 통과 불투명정부가 29일 확정한 자금세탁방지법안은 당초 예상과 달리 정치인들의 떡값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고 금융기관이 기록을 보관해야 하는 현금거래의 기준금액도 정하지 않는 등 법안 자체가 중대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정부가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키로 한 것은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되어 있는 금융실명제를 항구 입법으로 대체하면서 실명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각종 불법적인 차명거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대가성없이 받는 떡값이 불법정치자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금세탁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각종 불법적인 차명거래를 근절하겠다는 입법취지에 비춰볼 때 심각한 논란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한보관련 정치인들이 한보로부터 받은 돈이 대부분 떡값으로 분류돼 사법처리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골격이 드러난 자금세탁법이 이를 정당화해 준 결과가 됐다는 비판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당초 일정금액이상 고액현금거래 내역을 국세청 검찰 등 관계기관에 의무적으로 통보토록 할 방침이었으나 거래내역을 금융기관들이 5년이상 보존토록 하는 선으로 대폭 후퇴했다. 특히 기록보존 대상이 되는 현금거래의 기준금액은 앞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했다. 이는 세법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경제법률의 경우 구체적인 세율이나 금액 등을 반드시 법률에 명기하는 것이 입법원칙임에도 불구하고 금액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자칫 정치권 요구에 따라 법적용대상이 되는 현금거래 한도가 수시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는 약점을 갖게 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금융실명제 실시후 금융기관예금의 99%가 실명으로 전환되는 등 실명거래 자체는 상당히 정착됐으나 각종 탈법적인 차명거래는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이같은 차명거래 관행은 현행 금융실명 긴급명령으로는 마땅한 처벌조항이 없어 금융실명제의 중대한 허점의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지난 4월17일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세탁해 준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 등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것도 이같은 현행 긴급명령체제의 법체계상 허점을 반증하는 결과였다. 이번에 윤곽이 잡힌 자금세탁방지법상으로는 앞으로 불법자금인줄 알고도 실명화해 줄 경우 7년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자금세탁법에서는 이밖에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세탁을 하는 경우 5년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자금세탁을 예비·음모한 경우 2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 불법자금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1년이하 징역 또는 5백만원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해 불법적인 차명거래에 간여한 당사자 모두가 처벌을 받게 된다. 40% 분리과세를 선택할 경우 해당 금융자료가 국세청에 통보되지 않아 자금출처조사가 원천적으로 봉쇄됨으로써 편법적인 상속·증여가 성행하고 종합과세에 따른 차명거래 방지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어쨌든 금융실명법과 자금세탁방지법이 일단 국회에 제출되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날 당정회의에서 입법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신한국당의 자세 등으로 미뤄 두 법안이 차질없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지는 매우 불투명하다.<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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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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