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유령의 집


머리를 길게 풀어헤치고 칼을 입에 문 귀신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공포의 대상이다. 아파트 문화에 젖어 있는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밤중에는 귀신이 나올까 봐 화장실 가기를 꺼렸다. 더러는 담력을 키운다고 한밤중에 일부러 흉가를 찾아가는 객기를 부리기도 했다. 물론 들어가지는 않고 근처를 배회하다 되돌아오고선 '갔다 왔다'고 허풍 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유령 또는 귀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인간과 함께 있는 존재로 묘사됐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작가 호메로스는 "땅에서 나타나 서글피 울고 사라지는 증기 같은"존재로 봤다. 송나라의 범엽도 후한서(後漢書) 고구려전에 "귀신, 사직, 명성을 받들고…"라고 적으며 섬김의 대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귀(寃鬼) 또는 악귀(惡鬼)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무서운 존재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갈수록 커져가는 권력과 재물에 대한 욕망으로 전쟁과 약탈, 각종 범죄를 야기한 인간의 죄의식이 유령의 성격까지 바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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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전세계 곳곳에 유령의 집을 만들어냈다. 공포영화 '샤이닝'의 모델로 유명세를 탄 미국 콜로라도의 스탠리호텔, '천일의 앤'주인공이며 엘리자베스 1세를 낳은 앤 불린을 포함해 사형수나 무기수가 갇혔던 영국의 런던타워, 부두교 교주의 딸이 남편과 정부를 살해한 자메이카 로즈홀저택 등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에는 프랑스의 100평짜리 집이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으로 단돈 1유로(약 1,500원)에 팔려 외신을 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다섯 달이 지나도록 관저에 입주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를 놓고 말 많은 이들은 '총리관저에 귀신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물론 그가 사저에서 출퇴근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터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해명을 않고 있다. 혹시 최근 잇단 망언과 군국주의 부활 행보에 성난 식민지 침탈 희생자와 이미 고인이 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영혼이 꿈에 나타나 자신을 꾸짖을까 두려운 것은 아닐까. 죄가 많으면 두려움도 큰 법이니 말이다./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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