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현오석 "대기업 직원 뽑을 때 중기 경력자 우선 채용 유도"

■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br>스펙보다 커리어 중시하면 대졸자 자연스레 중기에 몰려<br>복지공약 소요재원 마련 위해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 고려<br>대기업 상대로 세수 메우려 마른수건 짜내는 일 없을 것


지난 22일 자정 무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단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수한 캐주얼 차림으로 나섰다. 현 부총리는 서울경제신문의 밤 늦은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바로 직전 귀가했다는 그는 취재기자와 각자 모카커피를 한 잔씩 들고 자택 앞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시곗바늘은 이미 0시를 넘겨 23일로 접어들었다.

"고용이 가장 큰 문제예요. 이제는 우리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잘 생기지 않는 구조가 됐으니까…."


현안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자 현 부총리는 일자리 이슈부터 운을 뗐다.

"우리 고용시장 상황은 '30ㆍ30ㆍ30'이라는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요. 중소기업계에서 비어 있는 일자리가 약 30만개인데 일반 대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준비를 위해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지는 게 약 30만명에 달해요. 여기에 또 외국인 근로자가 약 30만명 정도 있지요."

이들 3개 부문의 고용 엇갈림(미스매치)을 풀어주는 게 가장 큰 관심사라고 현 부총리는 설명했다. 현 부총리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이날 새벽1시가량까지 이어졌다.

대기업 채용 시스템 변해야 고용 미스매치 풀려

현 부총리는 고질적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고용관행을 개선하는 데 우선 해법이 있다고 얘기했다. 대졸자들은 괜찮은 직장을 원하는데 마침 대기업들도 학력 등 스펙(SPEC)이 좋은 대졸자 신입 위주로 채용을 하는 통에 중소기업 인력난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에 따라 현 부총리도 보다 적극적인 고용시장 개입 의사를 밝혔다.

"대기업이 '스펙, 스펙' 하는 게 문제예요. 직원을 채용할 때 스펙만 보고 뽑지 말고 중소기업 등에서 근무한 잡 커리어(직업 경력)가 있는지 보고 뽑도록 유도하려고 해요. 그렇게 되면 대졸자들도 곧바로 대기업으로 취업하기보다는 중소기업에 입사할 유인이 생기게 되지 않겠어요."

물론 과감한 개입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부담도 불가피하다.

현 부총리 역시 "물론 대기업은 (민간기업의 경영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할 수 있고 중소기업들은 (신입을 뽑아 경력을 만들어주면) 나중에 대기업에 사람 뺏긴다는 불만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청년실업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 대응(affirmative action)을 취해야 개선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실제로 경영전문가들은 대기업이 경력직 중심으로 고용구조를 바꾸면 사회경험과 직무능력을 갖추지 못한 대졸자 신입을 뽑을 때보다 직원 훈련비용을 줄일 수 있어 더 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도 잘 키운 인재를 대기업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인사체계나 급여ㆍ복리 여건을 포함한 경영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경영혁신의 유인이 생기게 된다.


청년실업 풀기 위해 정부 적극 개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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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미스매치의 또 다른 해법으로 현 부총리는 트레이닝(교육 및 직업훈련)과 일자리를 연계시키는 프로그램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종의 '장학생 중소기업 공익근무제도'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국가근로장학금제도라는 게 있는데 그런 것들과 연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장학금을 받으면 마치 공익근무 비슷하게 일정 기간 중소기업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연계하는 방법이죠."

현 부총리가 이처럼 청년고용에 신경을 쓰는 것은 20대에 직장을 갖지 못하면 평생 취업이 어려워 결과적으로 사회복지 비용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 부문에서도 파트타임 정규직 도입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민간 부문에서도 잡셰어링, 고용 미스매치 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시장 등 아직 안심할 단계 아니야

현 부총리는 임기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개월 남짓이지만 짧은 기간에 굵직한 경제정책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3월 말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역대 최단기간에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성공해 경기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4월에는 부동산 대책과 투자활성화 대책, 최근에는 벤처ㆍ창업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거시와 미시경제 양쪽에서 기선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밤 늦은 시간의 불청객(?)인데도 기꺼이 응하고 인터뷰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한층 안정감과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주요 현안을 물을 때마다 분명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며 대책의 방향도 잡고 있다는 인상을 풍겼다.

물론 현 부총리에게는 아직도 숙제가 적지 않다. 우선 주택시장을 비롯해 경기를 조기에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부가 그동안 제시했던 대책들은 아직 후속 입법 과정들이 남아 있는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 이행을 위한 이른바 공약가계부를 이르면 이달 말까지 내놓는 것도 현 부총리의 당면과제다. 그는 이를 위해 "대주주에 대한 주식 양도차익 과세 범위를 강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증세한다면 어느 기업이 투자하겠나

지하경제 양성화도 공약재원 마련의 큰 축이다. 그 방향에 대해 현 부총리는 "대기업 등에 세금을 더 걷어 '마른 수건' 짠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하겠다"고 못박았다.

"지금 전세계는 민간 투자유치를 위해 (감세와 같은) 조세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증세를 하겠다고 하면 어느 기업이 투자를 하겠어요. 증세를 하기보다는 조세탈루에 초점을 맞춰 새는 세금을 거둬들일 계획입니다."

정상적인 성실 납세자들을 괴롭히기보다는 조세범과 같은 불성실 납세자들로부터 정당하게 거둬야 할 세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마침 22일에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조세피난처 세금탈루 명단 중 일부 재벌 기업인 등 한국인들의 이름이 국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현 부총리는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를 국세청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가 빨리 처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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