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6월 26일] 거품이 꺼지는 소리

지구촌 곳곳에서 거품이 꺼지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값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주식시장도 위태위태하다. 호재보다는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하다는 얘기다. 저금리 기조에 힘입은 호황이 끝나고 R(Recessionㆍ경기후퇴)와 S(Stagflationㆍ경기둔화 속 물가상승)로 압축되는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징후는 이미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때 시작됐다. 싼 이자에 외상으로 주택을 샀던 사람들은 금리가 오르자 원리금을 갚지 못하게 됐다. 연체와 개인파산이 늘었고 금융회사들도 부실로 몸살을 앓았다. 일부 투자은행은 파산하기도 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채권보증을 선 모노라인 업체들이 궁지에 몰렸다. 미국 내 1, 2위 모노라인 업체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금융시장까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 부동산시장은 최고 25%, 평균 15% 정도 하락했다. 앞으로 이보다 2배 이상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미국 다음으로 거품이 꺼지고 있는 곳이 영국과 아일랜드다. 영국 집값은 올해 10% 남짓 떨어졌다. 내년에도 4~5% 더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큰 7%의 하락률을 기록한 아일랜드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페인ㆍ독일ㆍ프랑스 부동산시장도 경착륙하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시선을 아시아로 돌려도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다. 한때 잘 나가던 중국ㆍ베트남 등은 버블붕괴의 공포에 떨고 있다. 이웃 일본도 미분양아파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국내에서도 거품붕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버블 세븐지역’에서 요즘 ‘악소리’가 들린다. 경부고속도로 주변을 중심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분양가상한제로 싼 주택이 공급되면서 기존 주택에 대한 수요는 사라졌다. 거기에다 종합부동산세 등 과중한 보유세가 수요를 억누르고 있다. 2, 3년 전의 부동산붐을 타고 은행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은 요즘 가슴이 새까맣게 탄다. 3년의 거치 기간이 끝나 원리금 부담까지 가중되기 시작했다. 손해를 보고서라도 집을 내놓아야 하지만 본전생각에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고통은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르겠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정책의 방향을 성장에서 안정으로 돌렸다.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뜻이다. 정책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 물론 당장 정책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냥 묶어 둘 수도 없는 처지다. 지구촌은 이미 금리인상에 나섰거나 나서기로 방향을 정했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눈치 빠른 시장에서는 벌써 금리가 뜀박질하기 시작했다. 금리가 올랐을 때의 고통과 충격은 생각보다 크다. 미국이 겪고 있는 고통을 보면 어림짐작할 수 있다. 가계파산과 금융부실로 경제는 또 한번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경제는 분명 불황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크게 뛸 것으로 진단했다. 외국투자은행들도 올해 성장률을 4.5%로 낮췄다. 6%성장을 자신했던 정부도 “4%대에 그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당분간 경기는 살아나기 어렵다.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촌 모두의 공통된 현상이다. 당연히 수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 내수둔화에 수출까지 힘겨워지면 경제회복은 더욱 더디게 된다. 늦기 전에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외부충격에 의해 거품이 급작스럽게 꺼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과 가계도 무리한 차입경영을 자제해야 한다. 버거운 부채가 있다면 서둘러 정리하는 게 현명하다. 불황극복을 위한 방법은 많지 않다. 지출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 거품이 꺼진 후 불어 닥칠 한파에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