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간밤에 또 누가… ‘자살증후군’

자살이 잇따르고있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충격적인 투신 자살이 온 나라를 뒤흔드는 가운데 실향민의 독극물 자살, 생계형 자살, 신병비관 자살 등이 이어지고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들의 자살은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나 다름없다”며 사회안전망 확충 등 근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이 나오고있다. 정몽헌 회장의 자살 소식에 충격을 받은 80대 실향민이 4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김모(83)씨는 북에 있는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계속 무산되자 상심한 상태였다. 김씨는 정 회장 자살 소식을 들은 뒤 “이북에 있는 형제들을 영영 만나지 못할 것 같다”며 탄식한 뒤 이날 오후 독극물을 마셨다.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사건도 꼬리를 물고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사는 신모(37ㆍ여)씨는 4일 오후 자신이 살던 R빌라 5층에서 투신했다. 남편의 사업 부진에 따른 생활고와 주택구입자금 상환 압박에 시달렸던 신씨는 은행의 차압에 이어 전화까지 끊어지자 여섯 살 짜리 딸을 남겨둔 채 목숨을 끊고 말았다. 같은 날 대구에서는 우울증을 앓던 20대 대학생이 아파트 12층에서 투신 자살했고, 서울에서는 파킨슨씨병으로 고생하던 80대 노인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최근 들어 일가족이 함께 자살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살 사건 급증 추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는 하루 평균 36명, 매시간 1.5명 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총 자살 건수도 역대 최고인 1만 3,055건으로 2001년의 1만 2,277건에 비해 6.3%가 늘었다. 1992년 7,401명에 비하면 10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경제상태가 최악에 이르렀던 98년 1만 2,458건에 이르렀던 자살 건수는 경기가 회복된 99년 1만 1,713건으로 줄었다가 2000년 이후 다시 늘어나고있다. 주요 자살 동기는 실업, 신용불량자 전락, 사업 실패 등 경제적 이유. 한신대 사회학과 김종엽 교수는 “호황이든 불황이든 변동기에는 자살자 수가 크게 늘어나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생명의 전화 자살예방센터 하상훈 원장은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비하하며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대부분의 자살은 `사회의 타살`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와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은 부족한 상태다. 고대안암병원 김인 신경정신과장은 “고립감 속에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의 자살예방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사회학과 김영수 교수는 “개인과 사회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가 나서 상담센터 활성화,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원기자,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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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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