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분통 터지는 실종자 가족들

실신에도 제때 응급조치 못받아 "우리 소관 아니다" 답변 일쑤

선체 진입·공기 주입도 혼선

수백 명의 인명구조가 시급한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되풀이하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자세에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18일 실종자 가족 등에 따르면 침몰한 세월호 선체 수색에 이어 생존자 구조작업이 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정부의 혼선이 거듭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한 예로 이날 오전5시쯤 실종자 가족 한 명이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에서 갑자기 실신하는 등 구급상황이 발생했지만 현장 관계자가 자리를 비워 응급조치를 제때 받지 못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20여분 만에 응급상황은 지나갔지만 조금만 지체됐어도 또 다른 불행한 사고를 낳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현장을 지켜본 한 실종자 가족은 "현장 관계자와 119구급차 대원 등을 수소문했지만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면서 "급한 마음에 진도체육관에 있는 해경 관계자에게 연락했더니 '담당이 아니다'라는 어이없는 답변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해경 관계자는 소동이 난 지 40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안일함을 보였다. 비난이 쏟아지나 김수현 서해지방해경청장은 1시간 지나서야 사과하고 팽목항에 헬기 1대를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일은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극 나서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생겨난 것이다. 이런 사례가 이번 한 번만이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모든 상황이 궁금한데 물어보면 우리 소관이 아니라 답변해줄 수 없다는 얘기만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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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 공기주입을 놓고 정부가 혼선을 보여 실종자 가족의 분노는 더욱 컸다. 실종자 가족들은 에어포켓에 갇혀 있는 생존자들을 살리려면 공기주입이 시급하다도 봤지만 공기주입은 사고 발생 3일째가 돼서야 성공했다. 공기주입이 늦어진 것도 문제지만 해경의 잦은 말바꾸기로 불신만 키웠다. 해경은 전날인 17일 "선내에 공기가 들어가고 있다"고 알렸다가 다시 "공기주입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초를 다투는 일에 실종자 가족들이 목매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말을 바꾸다 보니 보는 이들도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해경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선체 진입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발표를 한 것도 실종자 가족들을 분노케 했다. 중대본은 이날 낮12시30분께 공식 브리핑을 통해 잠수부 4명이 오전10시5분 선체 식당칸까지 진입하는 통로를 확보했으며 10시50분부터 공기를 주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 1시간 뒤 해경 측은 선체 진입이 아니라 공기만 주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급을 다투는 상황에서 코미디 같은 이러한 일로 실종자 가족들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치 못했다. 구조인력을 부풀려서 발표한 것도 공분을 샀다. 실종된 단원고 학생의 한 친인척은 "언론 기사를 보면 100여명의 수색인력이 투입됐다고 나오지만 실상 (현장에) 가보면 사람이 없다"며 "정부가 실종자를 찾을 의지가 있는 건지 의심된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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