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중앙은행 총재의 무게

기상 변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인 「나비효과」를 말한다.이같은 나비효과가 새 천년 한국증시에 나타났다. 나비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4연임이었다. 한국에 내리친 천둥과 비바람은 1,000고지를 넘어 쾌조의 출발을 보인 종합주가지수가 하루아침에 1,000포인트 아래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당초 예정됐던 그린스펀 의장의 연임이었지만 갑자기 발표되었고, 미국 증시에서는 그가 1분기중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다우존스 지수와 나스닥 지수 등 전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특히 전날까지 최고치를 기록하던 나스닥 지수는 나스닥 출범 이후 최고의 낙폭을 기록했다. 또 이같은 미국 증시의 폭락세는 세계 주가의 동조화 추세에 따라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 한국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시가 기준으로 650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국증시와 한국증시는 무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미국에서 시작해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친 그린스펀 의장의 4연임파동을 보면서 곰곰이 되짚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그린스펀 의장의 연임이 왜 이 시기에 발표되었는가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유와 간접화법」을 통해 인플레 우려를 경고하면서 10여년에 걸친 장기 호황을 관리해 온 명(名) 중앙은행 총재가 아무런 이유없이 4연임을 받아 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그린스펀은 자신의 거취문제 마저도 중앙은행의 제 1 본분인 물가안정을 위해 활용했다고 볼수 있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10% 이상의 고속성장을 했고 올해도 7%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과속성장과 이에 따른 인플레는 한국은행 뿐만 아니라 정부도 공감하는 올해 최대 과제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4월 총선 등 정치일정때문에 인플레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의 관측이다. 중앙은행 총재의 거취에 따라 경제가 요동치고 그런 위상을 물가안정을 위해 활용하는 그린스펀 의장의 완숙한 플레이는 정치논리의 개입 등으로 입지가 흔들리 수밖에 없는 한국은행 총재와 묘하게 대비된다. 온종훈 기자(정경부)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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