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양적완화(QE) 축소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작은 100억달러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이 출구전략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는 '매파'로 알려진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차기 연준 의장 후보 사퇴 소식과 맞물려 세계 금융시장에 때아닌 '랠리'를 일으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18일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출구전략에 돌입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QE 축소가 소규모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불과 한달여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FOMC 이후 월 85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매입 규모를 200억달러가량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에 신흥시장이 요동치는 등 파장이 커지자 월가에서는 자산매입 축소규모가 100억~150억달러 규모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제기됐다. 최근에는 주요20개국(G20) 회의 등을 거쳐 출구전략 신중론에 한층 무게가 실리면서 100억달러 미만의 '미니' QE 축소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밀런 멀레인 TD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현재 국채가격은 QE 축소 공표를 반영한 수준일 것"이라면서 "자산매입 축소규모가 현재 시장의 기대치보다 작은 50억~100억달러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FT는 최근 3%대를 돌파했던 미 국채금리가 2.9% 수준으로 떨어지고(국채가격 상승) 국채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완만한 QE 축소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또 연준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도 국채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9월 FOMC의 QE 축소규모가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기대감을 일으켰다면 서머스 낙마 소식은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 부양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서머스가 연준 의장으로 지명될 경우 공격적인 출구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컸었다.
미 경제전문 매체인 CNBC는 서머스의 후보 사퇴로 미 증시가 급등하고 금리가 하락하는 등 '서머스 랠리'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최근 서머스가 차기 연준 의장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입지를 굳힌 것과 맞물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까지 치솟고 신흥시장이 요동쳤듯이 그의 낙마는 미국 채권과 주식시장, 신흥국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UBS 외환담당 폴 리처드는 "서머스가 연준 의장에 지명됐을 경우의 10년물 금리가 3.25%라면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 지명시의 금리는 2.85%로 본다"며 "QE 축소 자체는 이미 반영돼 있는 만큼 시장은 18일 연준의 출구전략 결정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번 루커스 IG마켓 전략가도 "가장 유력한 의장 후보로 남은 옐런 부의장은 FOMC의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그의 지명은 리스크 자산과 신흥시장에 호재"라고 말했다.
이처럼 FOMC와 연준 의장 레이스가 모두 금융시장 흐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눈높이가 달라진 만큼 18일 QE 축소규모가 예상만큼 줄어들지 않을 경우 시장에 어느 정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툴 코테차 크레디아그레콜 글로벌 통화전략가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축소규모가 100억달러를 웃돌면 아시아 신흥시장과 리스크 자산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