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희망 주는 고용노동정책 펴야


현 정부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우리나라 노사관계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여러 국제기준에서 평가한 우리나라 노사관계 경쟁력은 항상 최하위였다. 그러나 최근 크게 개선되고 있다. 근로자 1,000명당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는 지난 2008년 49.9일에서 지난해 30.2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밑으로 떨어졌고 올해 23.9일(11월 말 현재)로 지난해보다 20% 정도 줄었다. 근로시간ㆍ임금격차 줄이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에는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7만2,000명 줄었지만 2010년에는 취업자가 32만명 늘어났고 올해에는 11월 현재 40만명 넘게 증가했다. 선진국보다 낮은 고용률, 비정규직 문제, 청년과 중장년층 실업 문제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현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아직도 노력해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정부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의 과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첫째,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000시간이 넘어 OECD 국가 중 가장 노동시간이 긴 나라로 꼽힌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자동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특별 근로 감독한 결과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이 100시간을 넘은 경우도 있었다. 장치 산업의 특성상 설비투자 회수율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주간 2연속 교대제를 이해할 수도 있으나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연장근로수당ㆍ휴일근로수당 등을 통해 임금을 보전받는 노사담합적 합의가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누구나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소수에게만 집중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연공(年功ㆍ여러 해 동안 근무한 공로) 위주의 임금체계를 합리화시켜야 한다. 생산직 근로자의 연공에 따른 임금 격차는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임금체계를 가진 일본과 비교해도 크다. 우리나라 신규 입사자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5~9년 근속 근로자의 임금은 164, 20년 이상 근로자는 241로 일본(각각 100, 135, 210)보다 격차가 크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노조가 있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정규직 위주로 적용되고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노동시장의 계층 간 단절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 생산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연공급 임금체계는 중ㆍ고령 근로자의 노동시장에서의 조기 퇴진을 촉발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 셋째, 사내하도급 근로자 등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시장이 경직된 여건에서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불가피하게 쓸 수밖에 없는 사정은 있으나 비슷한 일을 하는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나 근로조건이 너무 차이가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직업능력 향상교육 확대해야 끝으로 국민 개개인이 직업능력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모든 국민이 평생 고용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성인 중 직업능력 향상 교육에 참여하는 비율은 15%로 미국(42%)ㆍ독일(30%)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OECD 평균(28.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90% 가까운 고졸자가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에서 직업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우선 취업하고 취업 후 역량 개발을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면 학력이 아니라 역량ㆍ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의 기반이 구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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