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獨 메르켈 10년 이상 미국에 감청당해"(종합)

야당 당수일 때도 표적…올해까지도 전화 엿들은 정황 <br>독일 매체 "오바마, 메르켈에 '감청사실 몰랐다'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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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첩보 당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장기 감청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심지어 미 당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를린을 찾은 올해 6월 직전까지 메르켈 총리의 전화를 엿들은 정황도 드러났다.


◇ "총리 선출 전부터 올해까지 감시"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 번호가 미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표적 명단에 'GE 메르켈 총리'로 표시됐다고 미 기밀문서를 토대로 전했다. GE는 독일을 의미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과거 표기방식이다.

메르켈 총리는 야권 정치인 시절인 2002년부터 10년 이상 NSA의 감청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2000년 독일기독교민주동맹(CDU·기민당)의 첫 여성 당수로 주목을 받았고 2005년 총리로 선출됐다.

또 올해 6월 18∼19일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후 최초로 베를린을 국빈 방문하기 수주 전까지도 메르켈 총리는 NSA 감청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고 슈피겔은 보도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메르켈 총리에게 "현재 전화를 엿듣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미 백악관은 과거의 무단 감청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피해 의혹을 남겼다.

슈피겔은 전 미국 방산업체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미 첩보 당국의 기밀 파일을 토대로 메르켈 총리에 대한 불법 감청 의혹을 보도했다.

슈피겔은 미 당국의 구체적 감청 행태는 아직 불명확하다면서 예컨대 대화 내용을 녹음했을 수 있지만 직접 녹음 대신 총리가 누구와 전화했는지 등의 통화 정보만 파악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오바마 첫 사과?…백악관 논평 거부

이번 사태로 미국과 최악의 외교 갈등을 겪게 된 독일은 다음 주 자국의 정보기관 최고위자 등을 미국에 보내 감청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슈피겔은 독일 총리실의 소식통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3일 통화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감청 파문에 대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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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최근 일요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NSA가 메르켈 총리를 감청한 사실 자체를 몰랐으며, 만약 알았다면 중단시켰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 백악관과 독일 총리실은 이런 보도에 대해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구체적 외교적 논의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프랑스와 멕시코 등지에서 불거진 감청 파문에 대해 지금껏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어 '감청 관행을 교묘하게 옹호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 "영미권 우방은 감청 표적 제외"

슈피겔이 입수한 기밀문서에 따르면 NSA는 수도 베를린 중심가의 미국 대사관에 '합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스파이 지부를 차리고 첨단장비로 독일 정부 청사를 감청했다. 경제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서도 또 다른 독일 감청 지부를 운영했다.

이 기밀문서는 이 같은 비밀 지부의 존재가 드러나면 미국의 대외 관계가 심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NSA와 미 중앙정보부(CIA)는 또 세계 80여개 지역에서도 비슷한 무단 감청 시설을 뒀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여기에는 파리, 마드리드, 로마, 프라하, 제네바 등 유럽 주요 도시 19곳이 포함됐다. 슈피겔은 그 외의 지역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한편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미국이 영미권 우방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는 이런 감청 지부를 운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미권 4개국은 각국이 캐낸 첩보를 공유하는 특별 협약을 맺고 있어 유럽 등에서 '5개의 눈(five eyes)'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한편 26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중심가에서는 시위대 수천명이 의회 건물로 행진을 벌이며 미 당국의 도·감청 정책에 항의했다.

행진에는 시민·정치 단체 100여곳이 참여해 감청 작전에 대한 투명성과 사생활 보호를 요구했다. 이들은 57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청원서를 의회에 전달했다. /디지?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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