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시민단체에 의한 '변혁적 중도주의' 제안

"극단적인 좌우 노선도 분단체제가 남북 주민에게 씌워놓은 멍에를 벗길 수는 없다."


“남북문제가 복잡하게 꼬여있어 외국 정부나 남북 정부의 담합에 의한 통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연대해 시민운동의 차원에서 총체적인 중도 변혁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시민참여형 통일’이라는 특유의 한반도식 통일모델을 주창해 온 백낙청(71ㆍ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창비 펴냄)의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통일을 위한 시민단체의 실천적인 이념으로 변혁적 중도주의를 제안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두 진영의 연대가 가능할까에 대한 질문에 그는 “흔히 보수다 진보다 라고 선을 긋지만 보수 인사들 중에는 합리적인 사람이 있고, 진보 진영에도 발전적인 진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어 원칙적으로 연대는 가능하다”며 “하지만 얼마나 폭넓게 그리고 얼마나 짧은 기간 내에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변혁적 중도주의는 좌ㆍ우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온건한 개혁을 의미한다. 변혁과 중도라는 충돌하는 개념이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1980년 광주의 무력항쟁 등 시민봉기 성격의 사회변동을 거치면서 시민의식이 축적돼 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폭력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개혁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변혁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가 통일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남북관계에서 현 정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1994년 1차 핵위기와 2005년 1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2차 위기 모두 북미 갈등이 주요 요인이었는데, 당시 남한의 적극적인 중재로 위기를 모면한 반면, 이번 3차 핵위기는 남한이 상황을 선도했다. 하지만 그 해결에 남한당국이 나설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미국ㆍ중국ㆍ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한반도 문제를 철저하게 자국의 입장에서 접근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들에게 한반도의 운명을 무작정 내맡길 수 없는 이유다. 파국을 면하는 최선의 방법은 6자회담의 제 7당사자이자 남북관계의 제 3당사자인 남한의 시민사회가 적극 나서는 것이다.” 그는 남한의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우호적인 지원을 바라기에 앞서 그동안 이뤄낸 시민운동의 성과들을 한반도적 시각에서 가다듬고 분단체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그동안 남북문제를 다루지 않았던 시민단체들이 최근 남북문제가 남측의 시민운동과도 일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가 남북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는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에서 중도가 중요한 이유는 어떤 극단적인 좌우 노선도 분단체제가 남북 주민에게 씌워놓은 멍에를 벗길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원칙있는 중도, 일관된 경륜과 실행력을 갖춘 중도만이 남북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통일을 향한 실천적 방향”이라고 말했다. 백교수는 남측 민간사회가 외교적인 역할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위해 조만간 한미간 민간차원에서 포럼을 개최해 한국의 시민사회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