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농ㆍ어업인을 상대로 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손해가는 일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은 노무현밖에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한미 FTA)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협상을 갈무리함에 따라 노 대통령은 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던 ‘진정성’을 알리기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국민과 정당ㆍ시민단체들을 상대로 펼쳤던 긍정적 여론 환기 작업을 한미 FTA의 최종 완결을 위해 다시 한번 하는 셈이다. 개헌과 함께 이른바 ‘더블 트랙’ 작업이 이뤄지는 것. 노 대통령은 우선 2일 대국민 담화를 할 계획이다. 당초 1일 정오에 하려 했던 것이 협상시한 연장으로 늦춰진 것이다. 시간은 오후9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담화의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대를 잡고 있다”며 “라이브(생중계) 방식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 정당 대표들과 만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개헌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던 것과 같은 형식이다. FTA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 대부분 찬성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회동이 이뤄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청와대 측은 예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시민단체 등과의 만남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누차에 걸쳐 얘기했던 만큼 각종 시민단체들을 향해 “FTA가 왜 필요한가”를 설득하는 차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농민 등 FTA로 피해를 보는 집단들과 대화를 통해 ‘위로’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은 이 같은 내용이 계획에 포함돼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국민 설득 작업과 별개로 FTA와 관련이 있는 정부 부처들의 대국민 홍보작업도 전방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ㆍ차관들이 직접 언론에 출연, FTA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들과도 개별 만남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개헌과 동시작업으로 진행될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는 6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일께 발의할 개헌안이 어떻게 될지도 이때쯤이면 확정된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가 되면 남북정상회담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이 전력 투구할 힘의 축이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셈이다. 노 대통령은 결국 이런 정책 일정들을 순차적으로 구사함으로써 자신의 임기 내 ‘업적 달성’과 레임덕 차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