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대체로 평이했다.
모두발언의 대부분을 경제ㆍ민생 분야에 할애하는 등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의지를 보였으나 획기적 대안 제시보다는 기존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는데 치중했다.
총선 등 정치 분야에서 노 대통령은 민감한 질문을 피하거나, 답변을 하면서도 나중에 반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 바람에 정치적 상황정리나 명료함에 있어서의 완결성은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총동원령 내릴 생각은 없다" 線그어
"재신임 약속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
총선_재신임 연계
노 대통령은 재신임에 대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며 “각 정당의 반대와 법적으로도 곤란하다는 해석이 있어 국민투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총선과의 연계 여부에 대해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으나 “재신임은 약속인 만큼 어떻게 실천할지 계속 고심하겠다”며 최종 결정은 측근비리에 대한 특검 수사 이후로 미뤘다. 때문에 총선_재신임 연계가 물 건너간 것으로 완전히 정리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노 대통령이 이날 재신임 실천 의지를 거듭 밝혔기 때문에 그 기준으로 제시한 `국민이 불편해 하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계속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총선 총동원령, 우리당 입당 등
4월 총선에 각료나 청와대 참모를 총동원하는 `올인`(All_in)을 할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여운을 남기는 화법을 썼다. “총동원령은 제가 쓰기에는 적절치 않은 용어”라고 총동원령 구상이 없음을 밝히면서도 말미에는 “(각료나 참모들)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입당 여부와 관련해선 “대선후보 당시 저를 지지한 사람들이 우리당을 하고 있다”며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우리당=개혁파, 민주당=비개혁파`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당의 개혁이미지에 부담을 줄 수도 있어 (측근비리 등) 제 문제가 정리돼야 입당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며 입당 시기에 대해선 또 뒤로 미뤘다.
노 대통령은 총선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비용으로 기업에 부담 주는 정치도 없고 돈이 풀려서 경기가 좋아지리라는 기대도 없을 것”이라며 공명선거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불법정치자금 수사
노 대통령은 `검찰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특검 등의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로 입장표명을 미뤘다. 다만 검찰이 위장매매로 판단한 `용인 땅`에 대해선 “담보로 압류된 용인 땅을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에게 매수해주도록 요청했음을 이미 지난해 8월 밝힌 바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불법적 정치자금 수수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검찰수사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정치가 제일 시끄러웠던 86~89년에도 성장과 투자가 멈추지 않았다”며 “정치상황은 그냥 분위기일 뿐”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검찰도 (기업에 대해) 정치자금과 관련된 부분까지만 조사하고 그 이외의 것은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아직은 그렇게 보인다”며 재계가 수사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눈에 띈다.
연설 내내 `경제 대통령` 이미지 강조
獨島문제엔 "말안해도 내 아내" 신중
경제
노 대통령은 올 경제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밝히면서도 “이번 불경기는 단기에 회복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출발했다”며 “인내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동시에 “아일랜드가 노사정 대합의를 한 1987년 이후 고용이 아주 좋아질 때까지 5~6년이 걸렸으나, 한국은 그 동안 많은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2~3년 내지 3~4년 안에 효과가 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서는 걍뭡湛繭遮?지적이 있지만 1977년 이미 행정수도특별법이 만들어지는 등 국민적 공감대가 있으며 또 이번에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보아 야당도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ㆍ안보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미국이 대화의 노선을 선택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몫이었다”며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대화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전망?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 아내는 내가 아무 말도 안 해도 내 아내다`, `남이 무슨 소리 하더라도 그것 가지고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신문 기고를 읽었다”며 독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