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美 IPTV 정책의 시사점

인터넷TV(IPTV) 서비스 도입 논란은 이제 국회에서 마무리 준비를 하고 있다.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는 최근 공개청문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법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규제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논의 진행 중에도 여전히 막연한 장밋빛 전망과 무분별한 해외사례가 적용된 논리가 나오고 있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각 국가의 미디어 산업은 해당 국가의 문화와 규모ㆍ역사 등과 관련한 특수성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미디어 규제의 배경과 목적에 대한 분석보다는 규제 그 자체의 내용을 국내 상황에 견주는 것은 심각한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에서 미국의 IPTV 동향을 소개한 보고서가 나왔다. 연구보고서는 케이블TV 사업자의 지역독점 해소 및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IPTV 사업자에게 유리한 권역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역독점을 통해 유료방송을 크게 점유하고 있는 케이블사업자와의 경쟁을 위해 경쟁적 프랜차이즈권이 부여되는 신규사업자들에게는 보다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본다. 첫째, IPTV 서비스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다채널방송은 물론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에서도 미국 케이블사업자들은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케이블TV 산업은 수십년간 성장해오며 방송은 물론 콘텐츠ㆍ초고속인터넷ㆍ전화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특히 지상파를 능가하는 인기 콘텐츠를 보유한 케이블사업자들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미국의 미디어 파워를 과시할 정도로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다채널 방송시장에서 유효한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후발사업자들에게 도움을 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정책목표가 설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통신시장에서 대규모로 성장한 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조그만 규모의 유료방송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케이블사업자들의 ‘동일규제’ 요구가 결코 과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미국도 IPTV가 케이블TV와 동일선상에서 차별 없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미국은 통신사업자라 하더라도 IPTV사업을 한다면 케이블TV사업자와 동일한 지위를 획득해야만 한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다채널서비스에 있어 MSO들과의 경쟁이 힘에 부치는 신규사업자들을 위해 케이블TV 허가절차를 개편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이 또한 주별로 진행상황이 다르다. 연구보고서에서 밝혔듯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유효경쟁을 위해 IPTV 제공 사업자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방향은 바로 케이블 프랜차이즈 관련 규정을 간소화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요구해 온 것처럼 IPTV를 위해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거나 케이블TV사업자들과 차별화되고 완화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를 보면 보고서에서 인용한 미국의 사례야말로 IPTV는 케이블TV와 동일한 규제하에서 출발해 권역문제와 같은 규제를 함께 완화시켜야 한다는 국내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케이블TV가 12년 전 출범했지만 유료방송에 대한 거부감과 중계유선방송과의 피말리는 경쟁 및 흡수에 따른 가격 인하, 전국권역 사업인 위성방송과의 경쟁 등 일련의 과정들은 지역독점사업자로서 혜택을 누려왔다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다. IPTV가 도입되면 더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될 케이블TV 사업자들로선 당연히 지금 당장 IPTV가 도입되는 것을 반길 리 만무하다. 하지만 케이블업계는 명분이 약한 도입반대보다는 최소한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도입할 것을 공식 제안하고 있다. 미국처럼 거대 MSO들이 버티고 있는 국가에 적용되는 규제 수준으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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