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정진술 번복 꿈도 꾸지마"

대법, 내년부터 MP3로 녹음 영구보존

“3차 공판 때 피고인이 그 카메라를 훔쳤다고 말했다고 증언하지 않았습니까.(검사)” “아닙니다. 피고인이 예전에 절도 전과가 있어서 혼자 추측했던 것이지 피고인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증인)” 법정에서 이처럼 검사ㆍ피고인ㆍ증인 등이 이전 재판 진술 내용이나 취지를 놓고 다투는 일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대법원이 내년 초부터 서울중앙지법 등 서울 관내 5개 법원 형사법정에 컴퓨터를 설치해 판사ㆍ검사ㆍ변호인 및 피고인ㆍ증인의 진술 내용을 MP3 파일로 녹음한 뒤 이를 서버에 영구 저장하는 ‘디지털 법정기록 시스템’을 시범 가동하고 내년 상반기 중 전국 법원의 민ㆍ형사법정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법정용 컴퓨터를 형사법정에 우선 보급하고 전국 모든 민ㆍ형사법정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기로 했다. 현재는 재판 때 법정 속기사가 검사ㆍ변호사ㆍ피고인 등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속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술을 요약ㆍ정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재판 이후 당사자의 진술 내용 자체는 물론 취지 자체가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새 시스템이 정착되면 사건 당사자가 언제든지 영구 보존돼 있는 MP3 파일을 재생하면서 정확한 법정 진술을 확인하고 공판조서 내용과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형사소송법상 재판부가 재판 종료 5일 이내에 공판 조서를 검사ㆍ피고인 등 당사자에게 고지해야 함에도 편의상 이를 지키지 않아왔는데 공판 조서가 전자화함에 따라 이 부분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공판조서 작성 때 진술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경향이 있어 원고나 피고, 피고인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앞으로 진술 취지와 다르게 적혀 있다거나 뉘앙스가 다르게 기록됐다는 불만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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