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투자의 창] 박스권 돌파 세가지 조건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새해 들어 한국 증시가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부분의 장밋빛 전망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최근 우리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결산기에 투자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고파는 '윈도 드레싱'의 종료와 엔화약세 및 기업들의 실적 리스크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 한국 증시의 반등은 지난해 이어 또 한번 실패할 것인가.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된다면 한국 증시의 점진적 상승 가능성은 아직 높다고 판단한다.


첫째, 실적 개선이다. 최근 2년간 실적 시즌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실적이 부진한 대형주보다는 이익이 양호한 중소형주의 주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이는 반복적으로 시장참여자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 즉 트라우마를 남겼다. 하지만 올해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으로 수출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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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의 축소 여부다. 지난해 말 테이퍼링이 시작됐으나 금융시장 변동성은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 이는 자산매입 축소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3월부터 미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의 구성인원이 교체된다. 여기에는 보다 강한 출구전략을 주장하는 인사가 일부 포함돼 있다.

경기에 초점을 둔 통화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새 인사들이 보다 강한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주식시장은 유동성 축소에 대한 부담에 노출될 수 있다.

셋째, 글로벌투자가들의 일본 증시에 대한 편애 현상 완화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경기개선 기대는 일본 자산에 대한 투자매력을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증시의 소외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 4월 일본 정부는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인상해야 한다. 내년에는 다시 10%까지 인상해야 한다.

1997년 소비세를 3.5%에서 5%로 인상했을 당시 일본 가계의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는 과거의 경험을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부터는 일본 경기회복세는 한층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일본 증시에 대한 편애 현상을 낮추고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한국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위에 제시한 몇 가지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 다만 이 같은 요건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당분간은 특정 섹터에 집중하기보다는 실적이 양호한 개별 기업들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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