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벌기업들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불러 온 한 축(軸)이라는 측면에서 차제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합의문이 자칫 기업활동을 위축 시킬 우려도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대변인격인 전경련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여느면 이해가 간다.간담회 합의문 가운데 초점은 임원선임 부분이다. 정부는 재벌의 기업구조개선을 통해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뜻은 재벌 총수들의 경우 앞으로는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책임을 질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책임 질 자신이 없는 대주주들은 전문경영인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배당에 만족하라는 의미다. 대형 상장기업들의 이사회에 사외이사가 절반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번 정·재계 합의사항은 정부나 재계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재벌총수들에게 부담이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정부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현행 상장규정을 고쳐 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상장사 사외이사수를 현행 전체 이사수의 4분의1에서 2분의1로 확대했다. 또 사외이사가 중심이 되는 이사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이 위원회는 이사후보를 추천하는 권한을 갖게돼 주주의 인사전횡과 방만한 경영을 막는 안전판 구실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론적인 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외부인사인 사외이사가 과연 기업내용에 관해서 어느정도 이해를 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즉각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을 받게되는 경우 경영의욕을 떨어뜨릴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경영에 실패한 기업인을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것도 문제다. 지금은 기업인이 신명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북돋워 주어야 한다. 재벌기업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줄인다는 것이 여간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평가해야 할 것은 평가해야 한다. 재벌그룹들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