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객장에서 투자 사기가 발생한 경우 객장 내 사무실을 제공한 증권사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서명수)는 A씨가 미래에셋증권과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씨는 2004년 11월 미래에셋증권 정자지점에 개인 사무실을 차려놓고 이 증권사 간부 행세를 했다. 이씨는 자신의 명함에 '미래에셋 정자지점 부장'이라고 새기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았으나, 직원들은 명함을 "쓰지 말라"고만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은 이씨를 '부장님'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씨는 2006년 모 회사 대주주 B씨에게 "50억원을 투자하면 회사 주가를 끌어올려 높은 수익을 올려주겠다"고 제안했고 B씨는 A씨에게 이 돈을 빌려 이씨에게 투자했다. 그러나 이씨는 투자금을 챙겨 한달 뒤 잠적했다.
이후 이씨가 2007년 체포돼 징역형이 선고되자 B씨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이씨와 미래에셋을 상대로 피해액 50억원 중 1억원을 요구하는 1차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B씨에게 50억원을 빌려줬을 뿐 이씨와 직접 투자 약정을 한 것이 아니므로 이씨와 증권사에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에선 반대 결론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권사가 불법 행위를 돕지는 않았지만 주식매매나 위탁판매가 객장 상담에 의해 주로 이뤄지는 만큼 증권사는 불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객장을 지휘, 감독,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증권사의 과실이 이씨를 개인 투자자가 아닌 부장급 직원으로 오해하게 했으므로 이씨의 불법 행위와 A씨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증권사의 과실책임을 30% 인정해 50억원 중 15억원을 A씨에게 갚으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