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그린란드 자원개발과 녹색성장


지난 9월 지식경제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ㆍ극지연구소ㆍ한국광물자원공사는 그린란드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쿠픽 밴더제 클라이스트 그린란드 총리 앞에서 자치정부의 산업자원부,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소(GEUS), 현지 대학ㆍ공기업 등과 자원ㆍ지질 공동연구 및 조사를 위한 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린란드는 1979년 덴마크로부터 자치권을 부여 받았고 2009년 6월 자치정부를 출범시켜 광물ㆍ석유자원 등에 대한 채굴ㆍ개발권을 단독으로 승인할 수 있게 됐다. 이민ㆍ국경통제ㆍ선박등록ㆍ사법권 및 경찰권 등도 행사한다. 다만 외교ㆍ국방ㆍ재정정책은 덴마크 정부가 관할한다.

석유가스·광물·청정 수자원의 보고


그린란드의 면적은 216만여㎢로 한반도(22만여㎢)의 10배 정도 되는 세계에서 제일 큰 섬이다. 전체 면적의 81%를 차지하는 내륙 빙하의 두께는 평균 2㎞ 정도다. 필자가 묵은 그린란드 호텔 앞 바다에 오전에 떠 있던 집채만한 빙하가 오후에 절반 정도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지구 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오는 2040년경이면 완전히 녹아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 돼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북극 빙하는 1979년부터 매년 평균 1.12%씩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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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그린란드 간 자원협력은 5월14일 덴마크 왕세자 내외의 공식 방한과 함께 그린란드 에너지ㆍ광물자원 심포지엄이 개최되면서 공식적인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우리 연구원과 GEUS 간의 '그린란드 지질 연구협력 MOU'도 현지 연구팀이 8일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더욱 구체적인 협력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적으로 그린란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원 때문이다. 미국지질조사소(USGS)는 북극 지역의 육상ㆍ해저에 전세계 미발견 석유ㆍ가스 자원의 22%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가까운 장래에 북극 지역이 중동 지역처럼 에너지자원 개발의 국제적 중심지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막대한 규모의 금ㆍ다이아몬드ㆍ철ㆍ아연ㆍ몰리브덴ㆍ희토류 등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어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의 영구 옵서버 국가뿐 아니라 중국ㆍ일본 등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그린란드는 청정 수자원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다. 물은 금보다 더 귀하고 석유보다 더 큰 전략적 가치를 가질 것이다. 필자가 그린란드에서 빙산으로 만든 생수와 맥주의 맛은 세계 최고였다. 깨끗한 물은 가장 비싸고 중요한 자원이다. 지구의 70%가 물이지만 인류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지구 총 수량의 0.5%가 채 되지 않으며 담수의 75%는 빙하가 차지한다. 빙하의 나라 그린란드의 수자원 개발은 석유ㆍ광물자원과 달리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친환경 자원개발로 교두보 구축을

그린란드의 에너지ㆍ광물ㆍ수자원 등 개발은 세계 어느 나라가 진출하더라도 기후 문제에 대응하는 친환경 기술과 녹색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이며 세계 모든 나라가 일정 시간 안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다. 우리는 자원안보 및 산업발전을 위해 지속 가능한 그린란드의 녹색성장에 동참해 북극이사회 준회원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북극 자원개발 진출의 교두보를 구축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린란드 자원개발에 진출해 성과를 내려면 긴 안목에서 조용하고 내실 있게 비전과 전략을 수립,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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