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장은 이미 '출구전략' 들어갔다

금융사·대기업등 "실행은 시간문제" 판단<br>대출 죄고 부실債 처리·자금 확보 안간힘


정부의 '너지(nudge) 출구전략'에 대해 금융사와 대기업들이 선제대응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출구전략 실행이 시간문제라고 보고 대출기준 강화, 부실채권 처리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은행채 발행과 고금리예금을 통해 자금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도 출구전략이 실행되면 채권금리 상승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서둘러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신호를 주고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조치들을 일컫는 너지 출구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부실채권(NPL)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4ㆍ4분기에 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처분, 올해 말까지 NPL 비율을 1.0% 아래로 낮추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지난 6월 말 기준 1.46%인 NPL비율을 올해 말 1.2% 수준까지 낮추기로 했으며 하나은행도 올해 말까지 5,000억원의 NPL을 상각 혹은 매각해 NPL 비율을 1.0% 수준까지 낮출 방침이다. 은행들은 또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대출 비중을 줄이는 한편 대출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농협은 총대출에서 CD연동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 말 75%에서 올해 말에는 65%까지 내리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CD연동 대출 비율을 낮추기 위해 6개월 변동금리를 적용하거나 아예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승세를 보이는 CD금리가 출구전략으로 더욱 속도를 낼 경우 담보대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들은 연 4% 후반대의 특판예금 판매와 은행채 발행 등을 앞세워 자금확보에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7% 이상의 고금리로 발행한 20조원의 특판예금을 포함해 올해 4•4분기 100조원의 정기예금이 만기도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기업들도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 3•4분기 405개 기업들이 12조6,853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9조627억원에 비해 40%나 늘어난 것이다. 총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5조4,867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연속 순발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언제든지 출구전략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인식이 금융시장에 팽배해 있다"며 "은행과 대기업들이 자금을 미리 조달하고 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정부의 너지 출구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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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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