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조연설자 릴레이 인터뷰] <2>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미리 보는 서울포럼]<br>"세계경제 회복 둔화…유럽外 더블딥 가능성은 크지 않다"<br>EU 구제금융 패키지 불구 남유럽 불확실성은 상존<br>한국 단기간내 富國 '저력' 다음 과제는 균형성장 추구


"올 하반기와 내년은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유럽 외 지역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남유럽 위기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구제 패키지가 지원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상존합니다. 그리스의 부채는 재조정돼야 합니다." 탁월한 분석력과 통찰력으로 2010년 다보스포럼의 스타로 부상했던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지난해 4ㆍ4분기, 올 상반기와 같은 강력한 회복세를 이어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유럽위기 극복을 위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라잔 교수는 서울포럼 첫날인 오는 7월7일 첫 세션에서 'G20은 제2의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는가'를 주제로 연설하는 한편 토론에 참여한다. 서구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시장경제의 미래'의 저자이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연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라잔 교수가 생각하는 글로벌 경제와 G20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남유럽 위기의 여진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남유럽 위기가 프랑스와 독일로 확산돼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두 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EU 구제금융 패키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되고 있지만 은행들의 부채 만기 문제 등 불확실성은 상존합니다. 그리스의 부채가 재조정돼야 한다는 것도 확실합니다. 다른 지역의 은행은 유럽 은행의 위험에 노출된 만큼 은행 부채 만기와 은행 부채 악성 여부에 따라 전세계 시장이 패닉에 빠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 정부들은 시장 경색시 은행을 지원할 역량이 있기 때문에 위기가 확산될 확률은 있지만 정도가 크지는 않다고 봅니다. -G20 회원국인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경기침체를 성공적으로 예방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한국과 같은 개도국이 더블딥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경기부양책 효과에 따른 경기회복 사이클에서 재고의 재구축기는 끝났다고 봅니다. 산업국가의 성장은 둔화되겠지만 유럽 이외 지역에서의 더블딥 가능성은 희박합니다.한국에서도 경기회복 둔화세가 나타나겠지만 지역 무역 및 내수 활성화로 더블딥 가능성은 낮습니다. -글로벌 불균형이 보호주의로 이어지고 있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위안화 절상이 불균형 문제의 해소책이 될 수 있을까요.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이해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즉 중국이 자국 경제의 재균형을 모색하고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취하는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위안화 절상은 한국이나 베트남 등 중국과 경쟁하는 이웃국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독일이나 일본 같은 국가들의 흑자나 미국의 적자를 축소시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이후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너무 늦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금융위기 회복이 빨랐던 한국과 중국 등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할까요. ▦아시아는 위기의 영향을 적게 받았기 때문에 금리를 패닉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또 다른 위험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최상의 방법은 빈민층에 대한 교육ㆍ의료ㆍ금융ㆍ인프라 등의 투자로 생산역량을 높이는 겁니다.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입니다. 일각에서는 빈민층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자원 확보를 위해 결국 부유층의 부를 빼앗아야 한다고 하지만 생산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다수의 창의적인 방법이 있으며 각국 정부는 이를 모색해야 합니다. -2010년은 한국 경제 산업화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한국 경제의 지난 50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은 한 국가가 단일 목적과 노력을 통해 단 몇 세대 만에 빈곤에서 벗어나 부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한국의 다음 과제는 부국으로서 성장을 지속하고 성장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인적 자본 구축을 강화하고 국가 내 역동적ㆍ혁신적 경쟁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5월 말에 열린 한중일 회의에서 3국은 3자 간 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비전 2020을 발표했습니다. 동북아시아 3국의 경제공동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시아는 무역자유화를 통해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국가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장벽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다만 유럽의 경험을 볼 때 통화 공동체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아시아는 더 활발한 무역활동을 벌이는 것은 물론 이웃 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통화 가치 절하'를 방지하기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11월에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립니다. 한국이 정상회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G20은 최상의 글로벌 재균형 방식을 논의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G20은 '과연 우리는 IMF나 세계은행과 같은 글로벌 경제논의 및 정책변화 기관을 확보했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은행세(Bank levy)'에 대한 G20 국가 간 합의가 이뤄질까요. 합의되지 않는다면 대안으로 무엇이 있겠습니까. ▦은행 과세는 유럽과 미국의 구제비용 일부를 회수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세계에 적용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은 다른 지역의 은행이 벌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금융규제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신 것 같은데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정치적으로 만족스러운 해법을 취하는 대신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을 뿐 투자금융 규제에 조심스러운 입장은 아닙니다. 투자자가 고통을 분담해 은행이 저지르는 다양한 형태의 위험투자를 제약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위험과 실패에 대해 은행 이사회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한국과 인도는 올 1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을 맺었습니다. 인도 경제에 대한 전망과 나아가 한국과 인도의 협력관계로 한국이 얻게 될 혜택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예기치 못한 정치적 문제만 없다면 인도는 강력한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 것입니다. 인도는 1960ㆍ1970년대의 한국처럼 저생산성 농업경제에서 고생산성 서비스 및 공업으로 옮겨가면서 성장할 것입니다. 다만 인도는 교육ㆍ인프라 구축 등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대ㆍLGㆍ삼성 같은 다수의 한국 기업이 이미 인도에 진출해 있으며 뉴델리시는 한국으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아 성공을 거뒀습니다. 양국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통적인 경험과 전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과 우호관계는 향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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