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피지 않는 상생의 꽃

“시대는 변해도 노조는 변하지 않는다?” 올 초여름 노동계를 뒤흔들었던 한미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파업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현대차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또다시 파업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노조는 올해도 사측에 대해 과도한 요구안을 제시했고 연이은 파업과 판매 부진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회사 측이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어김없이 파업이라는 ‘무기’를 빼든 것이다. 한때 만성 노사분규 사업장이던 대우자동차는 외환위기 이후 미국 GM사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부터 노사 상생기업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회사는 IMF 사태로 직장을 떠났던 2,000여명의 해고 노동자들을 재고용하는 용단을 내렸다. 이후 GM대우는 전세계 GM 사업장 가운데 생산성이 가장 높은 회사로 바뀌었다. GM대우의 연간 근로자 1인당 차량 생산 대수는 약 86대로 국내 자동차 4사 가운데 최고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51.2대에 그치고 있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현대차의 생산성이 GM대우의 60%에 불과한 셈이다. GM은 미국의 자동차산업 침체로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국 본사를 중심으로 3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구조조정 명목으로 내보냈다. GM은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 만큼은 구조조정 대신 노조와의 상생을 택했다. GM대우의 근로자들은 “국내 1위인 현대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노사가 똘똘 뭉쳐 일류 기업으로 만드는 길뿐”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톱5’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세계 1위 자동차기업인 도요타를 따라잡는다는 비전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노사문화로는 국내 1위 자리조차도 위태로워 보인다. 현대차와 형제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얼마 전 13년 무분규 타결을 이루면서 직원 1인당 평균 1,1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금을 지급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은 회사가 몇 년째 대규모 흑자를 달성하는 과정에서도 묵묵히 일에만 전념했고 회사는 결코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의 ‘전투적 노사문화’가 청산되지 않는 한 현대자동차에서 노사 상생의 꽃을 보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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