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도시재생과 재건축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최근 도시재생이 노후·쇠퇴 지역 정비의 핵심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도시 쇠퇴 문제를 경제·사회·물리·환경적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가장 근원적 개념이다. 지난 몇 년간 학술적 차원에서 논의되다가 2013년 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새로운 도시 정비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다. 특별법과 올해 지정된 선도사업을 살펴보면 공공의 주도와 지원을 통한 점진적 개량, 기존의 지역 특성 유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경제적 프로그램 등의 기본적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민간에 의한 물리적 정비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명분이 읽히는 대목이다.


노후 주거지를 포함한 쇠퇴 지역의 정비 수단으로 도시재생사업이 회자되면서 가장 쉽게 접하는 세간의 의문은 재건축·재개발·뉴타운 등 기존 정비 수단과의 차이가 무엇인지다. 그리고 향후 이들 사업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과도기에 나타나는 당연한 혼란이겠지만 이런 질문에 대해 일부 우려스러운 시각도 간간이 보인다. 도시재생이 옳은 길이므로 이제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같이 전면 철거를 전제로 한 과거의 정비방식은 용도 폐기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지역 특성을 유지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점진적인 개량을 도모하는 방식의 도시재생을 '선'으로, 재건축으로 대표되는 물리적인 전면 재생 방식을 '악'으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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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점은 도시재생의 취지와 명분에만 지나치게 매몰된 견해가 아닐까 싶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도시재생은 민간의 사업성에 기반을 둔 도시정비 방식이 한계에 부딪혀 나타난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측면도 있다. 지금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인구감소와 경제 쇠퇴는 민간 사업성에 기반을 둔 기존의 도시정비 방식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공공에 의한 점진적 개량과 소규모 경제 활성화가 주축인 개발방식이 대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개량형 도시재생사업은 재개발·재건축의 대체라기보다 이 방식이 작동하기 어려운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실제 특별법에서도 재개발·재건축 등이 모두 도시재생사업의 수단으로 명시돼 있다.

나아가 보다 실질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 점진적 개량 방식의 도시재생사업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고 지역의 물리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더욱이 불행히도 민간의 사업성에 기대어 정비를 꾀하기 힘든 노후 지역은 점점 늘어날 것이며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지역에 대처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별법에 의한 도시재생사업 차원이 아니라 도시기능 회복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광의의 도시재생에서 재건축·재개발의 효용성은 여전히 크다.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정비가 가능한 곳이라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전체 도시 차원에서 도시재생을 효율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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