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BIZ플러스 영남] '책읽는 울산'

동네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 주민사랑 독차지<br>문화불모지 오명 벗고 '도서관 천국'으로





울산 북구 화봉동 주민 이모(45)씨는 거의 매일 오후 들르는 곳이 있다. 걸어갈 수 있는 동네에서 가까운 '중앙도서관'이다. 북구의 '권역별 도서관' 가운데 주축인 이곳에는 다양한 분야별 책이 풍부하게 있을 뿐만 아니라 주·월간지를 비롯한 각종 잡지들도 비치돼 여러모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울산 울주군 범서읍 주부 최모(36)씨도 하루 일과처럼 동네 '은행나무도서관'을 찾는다. 이곳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딸이 읽을 만한 어린이 서적이 많이 있고, 자신도 빌려볼 수 있는 책들이 있어, 곧잘 찾아 책을 대출하고 새로운 정보도 얻는다. 도서관을 찾은 주민들은 책만 보는 것이 아니다. 서로 만나 차를 마시며 살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아이들 교육정보도 교환하고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정을 쌓아가고 있기도 하다. 태어날 때부터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는' 북스타트 운동, 학생들의 독서동아리 활동, 외국어 강좌, 가족과 함께하는 탐방교실 등 유익한 게 한 두 가지가 있다. 울산의 도서관들이 이제 더 이상 책을 모아둔 '저장고'나 시험 준비하는 '독서실'이 아닌 새로운 문화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울산 기초 지자체들은 집 가까운 곳에서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이 같은 도서관 건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울산 북구가 지난 2005년 '기적의도서관' 개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4개의 권역별 공공도서관을 만들었다. 내년께 1개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울주군은 지난해 개관한 군립도서관과 함께 지금까지 모두 5개의 작은 도서관을 건립했으며 앞으로 지역 내 12개 읍·면에 모두 작은 도서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울산 남구와 동구도 각각 5개와 3개의 권역별 작은 도서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중구도 그 대열에 함께 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보물창고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삭막한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던 울산이 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장기적인 도시 발전동력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리적 여건·주민성향등 고려한 작은도서관 설립 박차
지역공동체 화합 이끄는 문화인프라 핵심축 역할 기대
산업도시 울산이 ‘책 읽는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 울산 기초지자체들이 지식정보센터이자 지역공동체 공간이 될 도서관 건립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 지금까지 울산에는 교육청 관할인 4개 공공도서관이 전부였지만, 최근 몇 년 새 구·군이 직접 앞장서 도서관을 건립하고 관리·운영한다는 면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기존 교육청 관할 공공도서관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울산 5개 구·군은 저마다의 지리적 여건과 주민 연령·성향에 맞는 도서관 건립을 장기적인 비전으로 삼고 단계별로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우선 북구가 몇 년 전부터 ‘권역별도서관 건립’을 표방하며 현재 4개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그 뒤를 이어 울주군이 지난해 군립도서관 개관과 함께 올해부터는 작은도서관 건립에 전력하고 있다. 동구와 남구, 중구도 작은 도서관 건립에 적극 나서고 있어, 앞으로 도서관이 울산 문화인프라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 ◇ 북구, 도서관 건립 ‘선두주자’=북구는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권역별 도서관 건립’을 추진한 도시다. 주민들이 쉽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군데 큰 도서관을 짓는 대신 지리적 위치에 따라 지역을 각 권역으로 나눠 공공도서관을 건립해온 것이다. 울산 지자체 가운데 장서 3만~5만권 이상의 도서관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어린이전문 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북구 중산동) 개관을 시작으로 2005년과 2006년 각각 ‘농소3동 도서관’과 ‘농소1동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 5월 이들 권역별 도서관의 하나이면서 다른 도서관의 중추역할을 할 중앙도서관(북구 연암동)도 개관했다. 내년에 양정·염포도서관이 문을 열면 5개 권역별로 1개씩 모두 5개로 늘어난다. 북구청은 이들 각 도서관들을 지역 여건에 맞게 분야별로 특성화시켜 장서 비치에도 나름대로 차별화를 시켰다. 각 도서관들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이어져 통합 도서관리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느 도서관에서든지 책을 검색할 수 있고, 회원증 하나로 북구 모든 도서관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 울주군, 도서관이 가장 많은 지자체로= 지역이 넓은 울주군도 권역별로 공공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북구와 차별되는 점은 일종의 ‘서브 역할’을 하는 ‘작은도서관’을 각 읍·면별로 만든다는 것. 울주군 권역별도서관으로는 우선 기존 교육청 관할인 울주도서관(울주군 언양읍)과 지난해 3월 울주군이 개관한 울주군립도서관(울주군 온양읍)이 있다. 군은 이와 함께 범서 지역에 오는 2012년까지 전국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센터를 건립해 이곳에 공공도서관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올해 3월 개관한 ‘은행나무도서관’(범서읍)을 시작으로 ‘작은도서관’ 건립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과 9월에는 각각 ‘늘푸름도서관’(청량면)과 ‘동백도서관’(온산읍)이 문을 열었으며, 11월에는 ‘어울림도서관’(온양읍), ‘봉화도서관’(삼남면)도 개관했다. 다음달에는 서생면 작은도서관도 주민을 만날 예정이다. 울주군은 내년까지 웅촌과 두동, 두서 등 지역 내 12개 읍·면에 모두 작은도서관을 설치키로 했다. 순회문고 운영과 도서관끼리의 ‘상호대차서비스’ 등 권역별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연계방안도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 남·동·중구도 ‘작은 도서관’ 건립에 박차=남구도 권역별로 나눠 작은도서관을 건립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내년 신정5동에 작은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2010년 개관을 목표로 야음도서관이 내년 초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무거, 선암, 삼산 지역에도 오는 2012년까지 각각 도서관을 건립키로 했다. 남구청은 기존 남부도서관과 새로 만들어질 작은도서관, 각 마을문고, 문화원 프로그램 등을 연계협력 체제로 운영해 독서문화를 활성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동구의 경우 내년 2월 개관을 목표로 화정동 작은도서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서관이 함께하는 화정·방어동 복합문화회관이 2010년 개관될 것으로 보이며, 전하 2동에도 작은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중구는 새로 건립하는 약사동주민센터에 작은도서관을 설치키로 했으며, 주민센터 내 문고를 주민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태환경도시권과 전통문화도시권, 혁신도시권 등으로 나눠 권역별 공공도서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걸어서 10분거리에 도서관 건립"
신장열 울주군수
"울주군을 앞으로 '도서관 도시'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도서관 건립에 남다르게 힘 쏟아온 신장열(사진) 울산 울주군수는 "한 도시에 도서관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잘 돼 있는지를 보면 그 도시의 '정신적 수준'을 알 수 있다"며 "앞으로 가족과 함께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도서관'을 지역 곳곳에 세워 '책 읽는 울주'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군수는 특히 "현재 잇따라 개관되고 있는 '작은도서관'이 앞으로 사랑받는 지역문화공간이 될 뿐 아니라 군민 정서 화합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울주군은 면적이 넓어 기존의 큰 도서관만으로는 많은 주민들이 책읽는 문화를 누리기 힘들다"며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고 누구나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각 읍·면마다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5개의 작은도서관이 개관됐다. 신 군수는 또 "서부권, 남부권 등으로 권역이 나눠져 있는 울주군의 정서 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며 "책을 통해 이런 소양을 길러 나가면 각각 생활권은 달라도 울주군이라는 이름 아래 '한마음'이 돼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 착공할 범서복합문화센터는 도서관과 전시공간이 어우러진 곳으로 이 센터와 함께 울주군립도서관과 울주도서관, 각각의 작은도서관들이 통합적으로 운영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군수는 "새 도서관 건립 외에 지역 아파트 등에도 자체도서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존 학교도서관 리모델링과 도서 확보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청 직원들의 책 읽는 문화 조성에도 팔을 걷어붙여 왔다. 그는 올해 초부터 전 실·과, 읍·면 부서별로 '참 작은 도서관'을 설치토록 해 직원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갔다. 신 군수는 "30여년 건축직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적 소양 등이 뒷받침돼야 일의 깊이와 폭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그 소양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 독서라고 생각해 책을 가까이 해왔고 도서관 사업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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