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배당주 열풍이 다시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시중금리와 배당수익률 간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고 정부가 연기금의 배당 주주권 강화 방침을 밝히는 등 배당 투자를 둘러싼 환경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최근 나란히 배당 확대를 약속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배당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 출범 직후 뜨거운 7~8월을 보냈지만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배당주 투자가 2라운드에 돌입한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9월 추석 연후를 기점으로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배당주들이 시장 수익률을 밑돌고 있지만 최근 증시 환경을 보면 배당주에 대한 매력이 다시 높아질 시점"이라며 "대형주 내에서는 유동성과 시가총액이 뒷받침되는 소외 우선주를, 중소형주에서는 신배당지수 내 대표기업에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부터 산출을 시작한 새로운 배당지수 4개 모두 전 거래일(지수 구성종목 전일 종가) 대비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 우선주지수가 1.79%로 가장 상승 폭이 컸고 KRX고배당50지수(0.59%), 코스피배당성장지수(0.29%), 코스피고배당 50지수(0.29%) 등이 뒤를 이었다.
새배당지수가 이날 일제히 상승한 것은 최근 배당 투자를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배당주 펀드로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6월 이후 최근 3개월 간 국내 일반 주식형펀드는 약 2조1,000억원이 환매됐지만 배당주식형펀드로는 1조8,600억원이 순유입됐다. 현재 시중금리(국고채 3년물)는 2.21%, 코스피 배당수익률(12개월 예상실적 기준)은 1.5%로 격차는 0.7%포인트에 불과하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와 배당수익률과의 격차가 줄면서 배당주의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주식형펀드 내에서 자금 흐름 변화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연기금의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법령(5%룰)을 11월 중에 개정하기로 한 것도 호재다. 법령 개정이 이뤄지면 기업 배당을 높이기 위한 연기금의 경영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어떤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유동성과 시가총액이 뒷받침되는 우선주 중에서 그동안 투자자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종목을 우선적으로 살펴보라고 권한다. 이진우 연구원은 "보통주 대비 우선주 할인율이 크고 최근 10년간 디스카운트 수준을 감안해도 저평가돼 있는 기업, 우선주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 중 보통주 대비 우선주 배당수익률 격차가 큰 종목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 우선주 지수 20개 종목 가운데 이 조건에 충족하는 종목은 LG생활건강우·LG화학우·대신증권우 등이다.
중소형주들 중에서는 앞으로 배당지수 연계상품이 활성화될 경우 패시브 자금의 수혜를 예상해볼 수 있는 신배당지수 내 대표 기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종근당홀딩스(001630)와 노루홀딩스(000320)가 대표적이다. 두 종목은 기관투자가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코스피 배당성장 지수 내에서 높은 구성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부터 꾸준히 배당금액을 늘려온 기업도 주목해볼 만하다. 지난 2011년부터 최근 3년간 주당 배당금을 늘린 기업들은 삼성화재, 아모레G(002790), 롯데칠성(005300), 오뚜기(007310), LS산전(010120), SK C&C, NAVER(035420), 한세실업(105630) 등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당금액을 꾸준히 늘려온 기업의 배당수익률과 주가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양호했다"며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