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제일은행 매각협상시한 연장] 더이상 헐값에 팔수는 없다

정부와 뉴비리지간의 제일은행 매각협상이 시한내 타결에 실패함에 따라 제일은행의 처리문제가 새국면에 접어들었다.IMF(국제통화기금)와의 약속시한에 겨 앞뒤가리지 않고 뉴브리지에 제일은행을 팔기로 지난해말 MOU(이행각서)를 체결, 협상을 벌여왔으나 협상기한내에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MOU의 구속력이 사라졌다. 정부는 IMF와 제일은행을 외국에 팔기로 약속했다.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IMF와의 약속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상황이 많이 변했다. 대외신인도는 투자적격으로 높아졌고 국내은행들이 비교적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 외자를 조달하고 있다. 헐값에 팔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시한의 종료로 법적구속력도 없고 호전된 경제상황으로 정부는 MOU를 맺을 당시보다 협상력이 강화됐다. 공은 뉴브리지에 넘어갔다. ◇협상결렬 가능성 배제못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3일 발표한 「제일은행 해외매각 진행상황」자료를 통해 『주요 매각조건에 대해 양측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이견이 있음을 공식화 했다. 제일은행 매각협상과 관련된 핵심이견은 가격차다. 제일은행의 대출중 어느정도를 부실로 보느냐다. 뉴브리지는 현재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기업도 부실기업으로 분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두가지 측면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선 돈이 많이 들어간다. 또 정부가 멀쩡하게 굴러가고 있는 기업을 부실기업으로 분류, 경영을 어렵게 한다는 측면이 있다. 뉴브리지측이 획기적인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물러설 여지가 많지않은 형편이다. ◇협상연장은 왜했나=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이 아까와서, 정부는 협상을 먼저 깰 수가 없어서 협상을 연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위 남상덕(南相德)심의관은 그동안 입장차가 많이 좁혀졌고 뉴브리지가 (협상과정에서 양보안을 제시하는 등) 성의를 보인 노력을 높이 평가해 협상을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뉴브리지의 조건이 달콤해서 협상을 추가로 진행한다는 언급은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나서서 협상결렬을 선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를 형편이 좋아졌다고 버릴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뉴브리지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이던 지난해말 투자결정을 내려, 국제신인도 개선에 도움을 줬다. 지난 2일 밤 관계장관들이 모여 이같은 입장을 감안해 협상기한을 연장해 주기로 합의했다. 협상연장은 뉴브리지가 제의했다. 뉴브리지측이 협상연장을 제의한 이유는 이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뉴브리지는 이익의 규모를 둘러싸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협상과정에서 1,000만달러(120억원)이상 비용을 투입했는데 이익을 눈앞에 두고 물러서기 쉽지않다. ◇협상타결 뉴브리지에 달렸다= 정부 당국자는 뉴브리지와의 매각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마지노선을 정하고 뉴브리지에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성의있는 대안을 제시할 경우 뉴브리지와 계약을 체결하고 싶은게 우리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돈이 관계되는 장사속이나 제일은행 거래기업을 보살펴야 하는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쉽사리 양보하기 쉽지는 않다. 뉴브리지측이 좀더 우리정부의 입장에 접근해도 많은 과실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뉴브리지가 움직여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제일은행 정상화 별도 진행도 모색한다= 제일은행은 자본잠식에 묶여 신규대출이 중단된 상태다. 거래기업이 고충을 겪고 있다. 때문에 뉴브리지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정부가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일자로 뉴브리지와의 배타적 협상시한이 만료됐다고 언급했다. 금감위 당국자는 『제일은행의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거래기업이 겪는 고충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매각대상자를 모색하고 제일은행을 매각전에 정상화시킨뒤 제값을 받고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최창환 기자 CW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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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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