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벤처.중소기업 새천년을 연다] 육성보다 보호에 치중

정책진단-⑤중기정책, 육성보다 보호에만 치중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수많은 중소기업 지원책이 나왔다. 자금지원, 해외시장 개척단 파견, 기술개발 지원등 이루 열거하기 조차 힘든 시책들이 발표되고 또 진행돼 왔다. 그러나 업계가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거의 공통적이다. 「보호정책은 많은데 육성정책은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재동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K사 C사장의 말처럼 국내의 중소기업 정책은 기본적으로 『업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기술발전등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기존의 틀에 얽매여 「우물안 개구리」를 양산하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물론 「중진국 수준의 기술수준」에서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이 주장하는 공통분모다. 기업발전의 걸림돌 단체수계= 『단체수의계약제도로 기업들이 기술개발이나 경쟁력 향상보다는 물량수주를 위해 관공서를 쫓아니고 있습니다』 최근 단체수계가 시장경쟁 원리를 규정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추진중인 니트연합회 김경오(金慶梧)회장의 말이다. 사실 金회장의 말처럼 단체수계가 국내 중소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원래 단체수계는 대기업에 비해 마케팅과 자금면에서 부족한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지난 65년부터 실시됐던 정부의 대표적인 중기 육성정책이다. 하지만 기술발전등 시행초의 의미는 간 곳 없고 업계의 자기몫 챙기기로 변질된 지 오래다. 조합으로부터 단체수계 품목으로 지정받기 위해 각종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단체수계 품목으로 지정받았다가 몇년전 제외됐다는 B사의 한관계자는 『몇몇 업체의 경우 계속 계약물품으로 지정받기 위해 하청업체를 계약당사자로 내세워 물량을 확보한 후 자신이 납품하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타업체와 카르텔을 형성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또 『공공기관에서 납품받는 가격이 시중에서 유통되는 가격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 또다른 관계자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이 기술개발을 통한 품질향상은 항상 뒷전일 수 밖에 없다. 단체수계품목을 납품하는 조합중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소가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이를 반증하는 좋은 사례다. 현재 자체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곳은 이달중순 망원동에 조합회관 및 연구소를 건립한 전등조합을 비롯, 과학기기조합등 불과 3~4곳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력 죽이는 「중소기업 범위」규정= 국내에서 중소기업이 되면 수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지금지원은 물론, 세제감면, 판로·기술지원, 심지어는 제품 포장까지 무료로 지원해 준다. 이렇게 다양한 지원을 받다 보니 실제로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들 중 상당수가 중소기업으로 남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한다는 것이 한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중소기업 여부를 규정하는 기준이 종업원수이기 때문에 일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종업원 채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기업도 상당수 된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체의 계열사인 M사는 지난해부터 종업원수를 260명으로 줄였다. 불황에 대처한다는 의미에서였지만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도 이회사는 인력충원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관계자는 『450명이 해야할 일을 여기서는 260명이 한다』고 설명하고 『하지만 더이상 충원을 할 경우 중소기업의 범주에 벗어나기 때문에 당분간 충원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회사의 업종에 적용되는 중기범위는 종업원 300명이다. 정책수립 정치우선 벗어나야= 정부도 단체수계, 중기 범위지정등 중소기업 정책이 이러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중소기업정책이 선거때 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 건드리면 표가 날라가기 때문에 함부로 다룰 수 없었던 것이다. 올초 단체수계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공정거래위원회가 단계적인 폐지로 입장을 바꾼 것도 이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없애기는 해야겠지만 그럴 경우 정부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올해 시행된 단체수계 축소과정을 보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올해 단체수계 축소비율은 20%.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품목의 비율일 뿐 실제 계약액을 기준으로 보면 단체수계의 내용이 거의 축소된 것이 없다. 올해 축소예상액은 불과 710억원. 단체수계 계약총액이 3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아나면 2%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업계의 한관계자는 『중소기업정책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정치논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기업은 더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