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약효 시험자료 조작 복제 의약품 '수두룩'

의약품 당국의 추가조사에서 약효 시험결과가 조작된 복제 의약품(카피약)이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지고 있다. 특히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국내 유명 제약사의 제품 조차 효능 시험자료 조작 카피약 목록에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돼 카피약에 대한 국민 불신이 가중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했던 결과이긴 하지만, 실제로 광범위하게 벌어진 카피약의 약효 시험자료 조작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난 뒤 "설마 이 정도 일 줄 몰랐다"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 실태 =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내 제약사의 의뢰를 받아 카피약의 약효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함을 입증하는 이른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을 한 시험기관들이 시험결과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11개 시험기관, 438개 품목의 카피약을 수거해 조사를 벌여왔었다. 식약청은 1차로 지난 4월25일 10개 카피약의 시험자료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 허가취소했다. 또 33개 품목은 조작이 의심된다며 추가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내놓은 결과는 시험자료 조작 혐의가 짙은 33개 품목 중에서 30개 카피약의 경우 분명히 시험결과가 조작됐다는 점을 확증했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나아가 무려 55개 카피약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시험결과 조작 혐의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시험기관이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 이들 조작 의심 카피약에 대해서도 허가취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약효 시험결과 조작으로 앞으로 퇴출당할 카피약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식약청 조사결과, 생동성 시험결과를 조작한 시험기관은 랩프런티어, 경희대 약대, 중앙대 약대, 바이오메디앙, 아이바이오팜, 충남대 약대, 의약품수출입협회 부설 생동성 시험연구센터, 바이오코아 등이다. 이들 시험기관에서 약효 시험자료를 조작한 카피약은 항생제, 골다공증 치료제, 소화성궤양 치료제, 관절염 치료제, 고혈압 치료제, 편두통 치료제, 소화불량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거담용해제, 알레르기 치료제, 항진균제 등 효능별로 다양하다. 이 중에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허가취소와 판매금지된 품목을 보면, 항생제로는 `명문세프라딘캡슐500㎎'(명문제약), `명문세픽심캡슐'(명문제약), 골다공증 치료제로는 `본빌정'(명문제약), `본아렌정70㎎'(삼일제약), `본아렌정10㎎'(삼일제약), `볼렌드정70㎎'(유한양행), `포사드론정70㎎'(영진약품), `코오롱알렌드론산정70㎎'(코오롱제약), `보나맥스정'(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이다. 또 `수마트란정50㎎'(편두통 치료제. 명인제약), `푸가졸캡슐'(항진균제. 신풍제약), `메록시캡슐7.5㎎'(관절염 치료제. 영풍제약), `사이로틴캡슐'(우울증 치료제. 유영제약), `에르틴캡슐'(거담용해제. 일화), `유니콕스캡슐'(관절염 치료제. 참제약), 휴텍스오메프라졸캡슐'(소화성 궤양치료제. 한국휴텍스제약), `케이톤정'(소화불량치료제. 한국콜마) 등도 퇴출당했다. ◇ 국산 복제약 신뢰도 추락 = 약효를 믿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국산 복제약에 대한 불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업계는 신뢰도 추락이라는 구렁텅이에서 당분간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다국적 제약사의 공격적 공세 속에 위축돼 가는 입지가 더욱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으로 국내 제약업계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수천만 원의 시험의뢰비용을 지급하면서 시험기관을 믿고 생동성 시험을 맡긴 죄 밖에 없는데, 시험기관의 잘못을 제약업계가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생동성 시험조작 파문을 계기로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의약품 제조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엎지른 물인 만큼 지금 와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제약업계가 힘을 뭉쳐 보다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노력을 하다 보면 서서히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의약품 당국 대책 = 식약청은 생동성 조작 사태가 벌어진 데는 의약품 당국이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한 것이 한몫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며, 생동성 시험기관들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약사법을 개정해 엄격한 인적, 물적 요건을 갖춘 곳만 생동성 시험을 할 수 있도록 생동성시험기관 지정제도를 도입하고, 강력한 행정처분 근거를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생동성 시험기관의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 시험현장을 불시에 방문해 시험과정을 감시하는 등 생동성 시험기관 평가제 시행에 들어갔다. 아울러 시험기관이 생동성 시험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때는 반드시 컴퓨터 원본자료 사본을 첨부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시험자료 조작을 원천 차단하는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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