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체인 나산은 내수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과 인수ㆍ합병(M&A) 기대감 등에 힘입어 연일 급등하고 있는 종목이다. 주가가 지난 10일 1만4,100원에서 최근 25% 가량 급등했다.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나산은 새 주인 찾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주가에는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나산의 M&A 주간사인 삼정 KPMG와 법무법인 태평양 컨소시엄은 매각을 위한 실사를 이미 마쳤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도 다음달 매각 공고를 낸 뒤 빠르면 오는 7~8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올해말까지 본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주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 1ㆍ4분기 나산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436억원, 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4%, 27.2%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여성복이 실적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조이너스’의 1ㆍ4분기 매출은 125억원으로 35.8% 늘었고, ‘꼼빠니아’와 ‘예츠’도 각각 82억원, 39억원으로 24.2%, 39.2% 증가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내수 회복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패션ㆍ의류업의 성장세가 이어진 데다 유통망 수를 지난해말 480개에서 3월말 590개로 130개 가량 늘리면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정현 한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업종대표주인 한섬의 주가이익비율(PER)이 10.1배, F&F가 5.2배, FnC코오롱이 11.2배인 데 비해 나산은 3배에 불과하다”며 “M&A 프리미엄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다른 의류업체의 경우 지난해말부터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나산은 올 1ㆍ4분기 실적 발표와 매각 작업 본격화 등으로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한상화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1ㆍ4분기 의류 업체들의 매출액이 평균 12% 늘었고, 4~5월에도 4~5% 가량 증가했다”며 “실적 개선 추세 등을 반영해 의류업체 전반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강희승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도 “의류업체들은 비용 절감과 악성재고 부담 완화 등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며 “여름 매출 호전 등으로 의류 소비가 올 2ㆍ4분기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금ㆍ부동산 등 자산 가치도 매우 높다. 올 1ㆍ4분기 기준으로 단기금융상품 등 당좌자산은 1,346억원, 고정자산은 1,409억원 등으로 총 자산은 3,258억원인 반면 부채는 2,079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산의 M&A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아직 장담하기에 이르다. 나산은 지난 2004년에도 국내외 14개 업체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매각이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나산은 영업망 점포 수가 많아 인수 매력이 크긴 하지만 중저가 상품이 중심이기 때문에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선발업체로서는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인수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산의 최대주주는 외국계펀드인 GMO이머징마켓펀드(16.51%)이며 서울보증보험이 7.07%, 리먼브러더스커머셜코포레이션아시아리미티드가 5.20%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