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총리의 처방/김준수 정경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마저 불안, 우리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있다. 병이 들어도 단단히 든 것이다.경제팀의 총수인 강경식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우리 경제의 병명을 「비만에 따른 당뇨병」으로 비유했다. 강부총리는 5일 인천 송도비치호텔에서 열린 인하대 경영대학원 총동문회에서 「한국경제의 현황과 향후 과제」란 주제로 강연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우리 경제의 병이 허약체질에 따른 영양실조였기 때문에 보약도 먹고 하여 튼튼히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비만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당뇨와 합병증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부총리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처방은 뭘까. 강부총리는 『시중에 유통중인 살빼는 약은 대부분 부작용이 더 크다』며 『오로지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해 우리의 체질을 개선할 수밖에 없다』고 처방했다. 바른 진단이고 일반적으로 옳은 처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아그룹의 경우는 다르다. 기아는 그동안 시나리오설에 시달리며 상당한 정신적 타격을 받았다. 비만치료와 함께 심리안정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아쉽게도 강부총리는 이 부분을 간과한 것 같다. 이로 인해 의사로서의 신뢰를 얻지 못해 그나마 비만치료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의사가 정확한 처방전을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환자에게 신뢰감을 심어 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의사가 무조건 처방대로만 하라고 요구하면 환자가 선뜻 따르기 어렵다. 무리하게 치료하면 금단현상으로 부작용만 낳을 공산이 크다. 지금 「한국병원」의 응급실에는 기아가 누워있다. 보호자인 제일은행은 그동안 우성, 한보 등을 병구완하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있다. 더욱이 새 환자는 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 의사인 정부는 환자와 보호자가 알아서 하라며 마냥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제일은행에 생색내기 한은특융을 주기로 했지만 보호자에게 「미음」을 준다고 환자에게 차도가 있을리 없다. 지금이라도 의사는 환자를 불러 앉혀 차근차근 증세 진단과 처방을 조목조목 설명해 신뢰를 얻도록 해야한다. 환자가 억지를 부린다고해서 믿고싶은 마음이 생길 때 다시 오라고 내팽개치는 것은 올바른 의사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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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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