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공업 불균형 최대 문제/1억불 수출 위해 3천만불어치 수입/저부가성 단순조립가공 의존도 높아/「기술드라이브」 정책 전환 시급산업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지만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은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 주목을 끈다.
한은은 현재 우리경제의 문제로 ▲중화학·경공업간 불균형 ▲투자를 확대할수록 자본재수입이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산업구조 ▲저급한 기술수준에 따른 저부가가치성 산업구조 등을 꼽았다.
우선 중화학공업과 경공업간 불균형은 수출비중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6개 품목의 수출비중이 51%(96년)에 달해 해외시장의 수급이나 가격상황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고 있다. 반면 경공업의 수출비중은 86년 41.6%에서 지난해 24.3%로 급락했다. 일본(36.0% 94년)이나 대만(30.9% 94년)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수출이 특정품목에 편중되는 현상은 자연스레 경제전체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부품, 소재 등 중간재와 기계류 등 자본재산업이 낙후돼 생산이나 투자를 늘릴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도 고착화돼 있다.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이 1천만달러 어치를 수입하는데 비해 우리는 3천만달러 어치를 수입해야 한다. 수출해서 번 돈 가운데 상당부분을 해외로 유출시켜 남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다.
또 저부가가치성 단순조립가공에 의존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94년의 제조업 부가가치율은 일본의 80년대 초반수준인 29.1%에 불과했다.
한은은 우리 산업의 현재 위치를 이렇게 정의했다. ▲섬유·신발 등 재래산업은 쇠퇴를 거듭, 후발개도국에 추월당하는 단계 ▲가정용 전자, 재래식 공작기계 등 범용기술산업은 성숙단계 ▲메모리반도체·자동차 등 조립가공형 산업은 수출이 증가하는 성장단계 ▲대형컴퓨터·정보통신기기 등 기술집약형 산업은 수입에 의존하는 성장초기 단계 ▲우주항공·신소재 등 최첨단 하이테크산업 역시 수입의존형의 진입 초기단계다.
이같은 진단을 근거로 한은은 재래산업으로부터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별로 각기 다른 고부가가치 전략을 통해 산업다변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핵심부품이나 자본재의 국산화가 시급하고 사양산업으로 치부돼온 섬유·의류 등 재래산업중 일부 분야는 다시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지식집약형 중소벤처 기업을 적극 육성, 해외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정보화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는 것.
한은은 이같은 산업구조 조정을 효과적으로 이룩하기 위해 정부의 산업정책이 과거의 「수출드라이브」 대신 「기술드라이브」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정산업을 육성하는 직접개입 방식에서 탈피해 연구개발지원이나 전문기술인력 양성, 산업인프라 확충 등 간접지원 방식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단서도 내놓았다.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정부정책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의 진입 및 퇴출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 경쟁을 촉진하는 대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감독은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손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