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마지노선' 사실상 실종 ■ 원·달러 환율 930원대 추락수출업체 3억弗 과매도에 당국 속수무책위안貨등 아시아 통화 절상압력도 악재일부선 "상반기 900원선까지 급락" 관측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관련기사 환율 930원대…8년6개월만에 최저 글로벌 달러 약세의 흐름 속에서 외환 당국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지난 한주 동안 최대 20억달러를 투입하면서 ‘고강도 전격전’을 표방하고 나섰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낙폭을 줄이기 위해 찔끔 개입하는 모습도 엿보였지만 하루새 3억달러에 이른 수출업체들의 과매도(결제액 대비) 물량 앞에서는 너무나 무기력했다. 달러당 930원이 또 한번의 방어벽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달러화의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되돌리기는 힘들 듯하다. 적어도 당분간은 원ㆍ달러 환율에서 ‘마지노선’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인 듯싶다. 수출업체들도 더 이상 외환 당국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할 것 같다. ◇무기력한 당국…‘940 지지선’ 힘없이 무너져=3일 외환시장은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다. 장이 열리자마자 940원 아래로 미끄러졌다. 뉴욕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이 113엔선으로 밀리고 유로화가 1.26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글로벌달러 약세가 재현된 탓이었다. 손절매도 계속 이어졌다. 실망 매물이었다. 외환당국이 그래도 940원은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한 외환딜러는 “전날(2일)에는 5억달러 정도 개입물량이 들어와 940원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며 실망스럽다는 말을 연신 이어갔다. 오전11시가 조금 넘어서는 달러당 935원선까지 내려 앉았다. 그래도 935원은 버텨줄지 알았다. 하지만 잘못된 기대였다. 935원이 업체들의 옵션 관련 헤지 물량이 계약해지(녹아웃)되는 지점, 일종의 ‘프로그램 매도선’이었는데 힘없이 내려앉은 것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935원이 깨져야 이득이 생기는 은행들이 점심시간에 세게 딜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오후 한때 933원20전까지 추락했고 과대 낙폭을 줄이기 위해 개입한 당국 덕분(?)에 950원에서 소폭 내려간 934원30전에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5원80전. 전날 대비 0.62% 절상됐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절상폭은 0.51%였다. 원ㆍ달러 하락폭은 이날도 다른 나라보다 컸다. ◇900원 멀지 않았다=달러화의 흐름을 보면 920원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상반기 안에 900원선으로 수직 하강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않다. 무엇보다 각국의 금리 동향이 걱정스럽다. 미국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중국과 유로권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7개국(G7)의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절상 압력은 내내 계속되고 있다. 고금리 통화로서 달러의 매력은 시간이 갈수록 상실되는 모습이다. 관건은 이 같은 흐름을 우리 외환 당국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55억5,000만달러나 늘어난 것을 보면 당국의 의지는 있어 보인다. 지난주 20억달러나 되는 달러매수 물량이 들어왔던 것도 일단은 희망을 준다. 하지만 이날 당국의 모습을 보면 크게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락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세를 역류할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오정석 KB선물 투자전략팀장은 “원ㆍ달러 환율이 조만간 92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며 “당국의 개입 여력이 많이 떨어진데다 증시에서 외국인이 주식 매수세로 돌아선 상태라 특정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해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5/03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