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원·달러 환율 940원도 붕괴…해외 수출선 무더기 이탈 조짐

국내기업들 채산성 못맞춰 수출 포기 사태 잇따라…해외거래선도 제품 제때 못받자 日·中으로 눈돌려



일본에 10년째 기계부품을 수출해온 D상사의 김모 사장은 요즘 일본 거래업체로부터 가격을 깎아달라는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의 경쟁업체가 내놓은 낮은 납품가격까지 제시하며 거래선을 바꾸겠다는 말에 가격을 낮추기는 했지만 사실상 출혈수출로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그래서 내수시장으로 방향을 바꾸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원화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해외 수출선이 무더기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채산성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며 아예 수출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시기에 제품을 받지 못하는 해외 거래선들이 아예 수출선을 일본이나 대만ㆍ중국 등으로 돌리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채산성 악화는 물론이거니와 지나치게 가파르게 떨어지는 환율속도에 속수무책이다. 특히 수출계약 가격과 선적가격 차이의 헤지를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시흥에 위치한 한 자동차부품업체의 K사장은 “수출계약을 한 시점은 지난 2월이고 선적은 이달 말이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환율 하락에 따른 손해를 봐야 한다”며 “당장 쓸 돈이 급한 상황에서 대기업처럼 달러를 보관할 수도 없는 사정”이라고 말했다. K사장은 계속 환율이 하락할 경우 차라리 제품 가격을 낮춰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환율 하락으로 중소기업의 수출이 둔화되면서 지난해 수출실적을 기록한 업체 수는 2만8,542개사로 2004년보다 2,103개사나 줄어들었다. 특히 1,000만달러 이상 수출하는 중견기업 수도 52개사나 줄어들어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포기가 중소기업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1ㆍ4분기 환율 하락으로 2,000억원 이상 손실을 본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환율이 떨어진다면 2ㆍ4분기에도 환율에 따른 손실은 불가피하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해야 하는 만큼 환율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가전제품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가전제품 수출은 1ㆍ4분기 중 36억달러에 머물러 전년 동기 대비 3.6%나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증가율도 올 들어 10.7%에 머물러 지난해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환율에 채산성이 가장 민감한 현대차는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겠지만 이미 지난해 평균 200달러씩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더구나 최근 현대차 비자금사태 이후 글로벌 신인도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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